[서울=아트코리아방송] = KBS(서울시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13) 본관 2층 시청자갤러리 중앙무대에서 2016년 4월 4일 안산 윤현식의 생명의 어울림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작가는 아침에 검산(儉山)에 오르면 먼 바다로부터 이부자리보다 부드러운 안개가 펼쳐져온다. 바람에 떠밀린 태양이 주홍빛 한 획으로 경물(景物)을 칠하면 검산의 풀과 나무는 그대로 아침의 양광(陽光)이다.

이떄 생명에 대한 기억과 표현에 대한 욕망은 끊임없이 나를 설레게 하고 자극한다. 그리고 나를 숨쉬게 한다. 나의 벗 모공(毛孔)과 함께 백색의 공간을 거닐면서 그곳에 생명의 구름이 흐르고 생명의 물결이 흐르고 생명의 빛이 흐르기를 또한 갈망한다.

윤 화백의 그림을 접한 이지호 신선미술관 관장은 “덤덤한 색채, 소탈한 질감, 수수한 구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 깊은 잔영을 안겨준다”고 평했다. 보는 이의 마음 깊이 다가오는 그의 작품세계와 작가정신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전시회에서 윤현식 화백이 작품 속에 녹아낸 달 항아리는 우리네 옛 선조 때부터 써온 집기이다. 풍성하면서도 넉넉한 모양새 덕분에 오래토록 사랑받아온 전통도이기도 하다. 특히 조선시대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초반에 걸쳐 만들어진 백자 달 항아리는 미술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전시된 윤 화백의 달 항아리 작품들은 풍성한 수확으로 넉넉함이 가득한 한가위의 보름달처럼 은은한 정겨움과 포근함이 배어 있다. 윤 화백의 작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가만히 그의 달 항아리를 들여보다 보면 산과 대지(大地), 꽃 과 사람이 어우러진 소우주가 담겨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흙과 돌, 나무 등 모든 사물이 함께 어우러지며 살고 있다”며 윤 화백은 ‘생명의 어울림’이라는 주제를 설명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우리 역사 속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던 달 항아리를 활용한 거예요. 거기에다가 우리의 서정성을 담아내기 위해 편안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색감으로 표현해 내고자 했습니다.”

물론 몇몇 작품에서는 빨강과 파랑, 노랑의 강렬한 원색적 느낌을 엿볼 수도 있다. 흥겨운 농악놀이나 산뜻하게 만개한 꽃들이 가득한 작품에서는 대중과 소통하려는 고뇌의 흔적이 역력히 느껴진다. 그러다가도 조선 백자와 같이 청초한 회백색을 배경으로 선 하나를 이용해 풍성하면서도 포근한 여인네를 명쾌하게 그려낸 작품에 이르면,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윤 화백만의 깐깐한 작가정신을 느낄 수 있다.

윤 화백은 원래 서양화를 전공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보면 색감이나 모든 표현 양식들이 동양화와 맞닿아 있다. 윤 화백은 “동양화와 서양화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흔히들 동양화하면 먹으로 대비되는 무채색의 그림을 떠올린다. 그렇지만 3세기경에 제작된 고구려시대 고분벽화가 이미 채색이 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서양화가 들어오기 이전부터 우리는 채색에 대한 풍부한 경험치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는 예술 활동에 있어서의 핵심은 표현양식이 아닌 나만의 색깔을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천재화가들을 보더라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천재적인 낙서화가인 장 미쉘 바스키아는 27세라는 어린 나이에 요절했으나, 지하철이나 거리의 지저분한 낙서를 예술의 차원으로 승화시키며 ‘검은 피카소’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피카소의 그림도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내 아이도 이 정도는 그릴 수 있겠다’고 말하지만, 그런 단순한 화풍을 만들기 위해 피카소 스스로가 엄청난 노력과 고뇌의 과정을 거쳐 그만의 세계를 탄생시킨 것이다.

한편 안산 윤현식 화백은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한중 국제교류 정예작가회 회장, 목포 미술협회 지부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편 본 전시는 KBS 시청자갤러리에서 3월 30일~4월 6일까지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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