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코리아방송] = 재일교포 연출가 김수진이 이끄는 일본 극단 신주쿠양산박이 3월 국내에서 두 편의 연극을 선보인다.

두 작품 모두 화제의 원작을 토대로 한 것으로, 한국 연극계 대가인 오태석의 ‘도라지’와 조박 작가의 ‘백년, 바람의 동료들’이 신주쿠양산박의 독특한 연출 기법을 통해 텐트 공연 연극 무대에 오른다.

‘도라지’는 18일부터 20일(총 4회)까지, ‘백년, 바람의 동료들’은 23일부터 25일(총3회)까지 왕십리역 광장 특설 무대에서 공연된다. 이번 공연은 성동문화재단과 신주쿠양산박, 스튜디오 반이 공동주최하며, 이번 공연을 마친 텐트극장은 스튜디오 반이 인수하여 2016년 9월부터 약 100일간 스튜디오 반 정기 공연으로 추진되는 ‘물탱크정류장’(태기수 작)을 올릴 예정이다.

‘도라지’는 구한말 구국의 열정에 불탄 두 인물 김옥균과 홍종우의 좌절과 절망을 그린 작품이다. 갑신정변을 이끌다 실패한 후 일본으로 도피하여 지내다 암살당한 김옥균과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으로 고종의 곁에서 충언을 하며 파국을 막으려 하나 결국 헤이그 파견의 죄를 덮어쓰게 되는 홍종우, 두 젊은 개혁가들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구한말 아시아 정세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도라지 타령’이 극 전반을 이끄는 테마곡으로 사용된다.

‘도라지’는 1992년 도쿄에서 열린 한일연극연출가회의에서 일부 소개된 이후, 1994년 오태석연극제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2007년 20주년을 맞은 신주쿠양산박의 ‘한국 현대연극 시리즈’의 일환으로 기획되어 일본어로 번역된 후, 2008년 3월 도쿄에서 공연돼 호평을 받았다. 2011년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을 올린 바 있다.

‘백년, 바람의 동료들’은 2011년 두산아트센터의 경계인 시리즈로 우리 사회의 경계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자 ‘경계인’을 테마로 기획한 작품이다. ‘자이니치’라는 경계인으로 살아온 신주쿠양산박 김수진 연출의 경험을 다룬 작품이기도 하다. 일본 오사카로 이주해 살아 온 재일교포들이 한 음식점에 모여 나누는 대화와 음악을 통해 재일교포 100년 역사와 치열했던 그들의 삶을 진솔하게 그렸다.

‘백년, 바람의 동료들’의 배경이 되는 곳은 실제 오사카에 있는 ‘바람따라, 사람따라’라는 작은 이자카야(술집)이다. 이 술집이 개업 20주년을 맞는 2010년 8월 29일은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이기도 하다. 그날 ‘바람따라 사람따라’의 단골 가수 영태가 ‘백년절’이라는 신곡을 발표하기로 한다. 개업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오사카 이카이노에서 태어나고 자란 친구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고, 이들은 옛 추억을 돌아보며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민족과 국적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며 서로의 내면에 억눌려 있던 슬픔과 울분, 분노가 드러난다. 그렇게 울고 웃고 떠드는 사이 영태의 신곡 ‘백년절’이 완성된다.

이번 무대 역시 일본 배우 및 재일동포 배우들이 모여 일본어로 공연을 진행한다. 지난 공연을 업그레이드하여 공간 활용을 보다 확충하고, 음악과 영상 이미지 등을 적극적으로 접목하여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수진 연출은 “조박 작가와의 공동 작업은 재일교포 연극 문화를 활성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며 “백년, 바람의 동료들은 재일교포로서의 정체성을 넘어 보편적인 인간의 주제에 육박한 드문 작품으로, 이 작품이 한국에서 극단의 레파토리 작품으로 사랑받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 공연들은 한국 극단인 스튜디오 반과 일본 극단인 신주쿠양산박과의 한일 공동 프로젝트 일환으로, 신주쿠양산박 단원들과 국내 연극인들이 함께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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