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

(사진.글 :사진평론가 장한기)

문화란 사람의 슬기나 지혜가 깨어 세상이 열리고 생활이 보다 편리해지며, 끊임없이 향상 발전하려는 인간의 지적 정신적 활동의 성과를 이루는 것으로써, 그 수준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대중적으로 보편화되어 활용되고 있는 의식수준이나 상태를 뜻한다. 물론 이 말에는 전통적인 관습이나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관행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문화라는 말에는 묘한 영약 같은 마력이 있어서 나쁜 영향보다는 좋은 쪽의 영향을 많이 받고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무심코 사용하는 문화인 이라는 말이 누구나 지향하고자 하는 잠재의식으로 작용하여 문화를 좋은 방향으로 유도하는 영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칫 문화와 문명을 혼돈한 상태에서 일컬어지는 결과는 아닌지 되짚어 보면, 문명이 인간생활의 풍요롭고 편리해진 상태를 나타내는 물질적인 것이라면, 문화는 주로 인간의 내면에 잠재한 의식이나 정신적인 면을 표방하는 질서가 될 것이다.

문명이 발달되면 문화도 향상 발전되는 것은 당연하나, 이는 반드시 정비례한다고는 볼수 없을 것이다. 좋은 문화란 인간의 정신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편안하고 아름답게 해 주는 반면, 그렇지 못한 문화는 인간을 힘들게 하고 정신적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심신을 피로하게 한다. 많은 예술 활동 중에 사진 문화와 관련된 내면의 형성 과정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의 사진문화는 과거 전통적인 미술문화에 의한 영향으로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복제가 불가능한 유일한 작품 이라는 컨셉을 가진 미술작품에 비해, 필름 원판만 보유하고 있으면 무제한 복제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작품의 희소성 면에서 소장 가치를 반감시킨다는 보편적인 논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카메라의 조작 방법만 익히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그릇된 고정관념에서 오는 편견은 아닐까?

물론 동일한 작품의 다량 복제가 가능 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나, 사진을 ‘에디션예술’ 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사진작품의 희소성을 에디션넘버의 부여로 관리하고 있는 이유 이기도 하다.그러나 카메라를 다룰 줄 안다고 모두가 다 사진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견해에는 이견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감성이라는 예술적 능력을 배제한 생활 속의 보편적인 사진과, 작품으로서의 사진을 구분하지 못하는 대중적 언어를 여과 없이 통용시키는 오류에서 빚어진 결과임을 새롭게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사진에 대한 기초 정립은 외면한 체, 세 불리기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일부 지도층 인사들의 그릇된 행위가 사진문화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왔음을 새롭게 인지하였으면 한다.

사진예술의 발달은 수세기를 거쳐 오면서 작가주의 작품주의를 표방하며, 사진의 예술성을 끈질기게 주장해온 선각자들에 의해 그 명맥을 유지하며 현재에 이르렀으나, 이제는 사진이 세상을 선도하는 문화의 척도로 발전 하게 되었음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사진가로 생활 하려면 최소한 공공 단체가 발행하는 작가 증 한두 개 정도는 소지 하여야 불이익을 면하는 사회 정서에도 문제가 있으나, 근본적으로 이러한 옳지 못한 사진문화를 만든 것은 전적으로 사진가들 자신과 그 단체의 책임이 크다고 하겠다. 적어도 사진가로서의 타이틀을 지닌 자라면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새롭게 가져야 할 것이며,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작가 정신을 지녀야 할 것이다.

사진이란 셔터만 누르면 작품이 탄생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작가 증만 획득하려는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우리의 대중적인 사진 문화의 의식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며, 사진인의 정신적 물질적 창작 의욕은 반감하기 마련이다. 어느 나라든 예술에 대한 문화를 이끌어가는 주체는 해당 예술인들 이지만, 그 문화를 형성하고 이해하고 활용하는 측은, 그 문화의 수혜자인 일반 대중 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도 안 될 것이다. 즉 일반 대중의 사진 문화에 대한 인식은 사진을 창작하는 사진가들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며, 사진 작품에 대한 잘못된 인식 또한 해당 분야의 사진가들의 책임 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개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 시대의 새로운 문화가 정착 되려면 대개 한 세대가 교체되는 주기인 30년 정도로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우리나라의 성씨별 대종보를 개편하는 주기를 기준으로 전재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문화의 형성에 있어서도 물리적인 현상은 이와 크게 다를 바가 없겠으나, 정신적인 면의 문화의 형성은 시대의 조류에 따라 그 주기가 다소 빨라지고는 있지만,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의식의 변화가 이루어지려면 그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수도 있을 것이다. 컴퓨터와 통신 매체의 급격한 발전으로 급진적 형태의 유행성 위주의 사진문화를 부추기는 것은 지양 되어야 하며, 또한 전통적인 순수한 사진을 왜곡 폄하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형태의 다양하고 복합화 된 변화의 흐름은 그 시대를 대별할 정형화된 문화의 주체가 없거나, 설혹 있다 하더러도 그 핵심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혼돈의 문화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것이다. 한 시대의 새로운 문화가 정착되기까지는 이를 선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리더들의 역할과 행동이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이는 반드시 학문적으로만 풀어가는 것이 정답은 아니며, 사회 일각에서 현실과 부딪치며 일반 대중들과 호흡을 같이하는 생활 속의 예술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지식인들은 지식의 보급을 통해 사진의 조류와 방향을 왜곡 없이 제시하고, 현대적 사진 조류의 경향을 선도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여, 유능한 사진가를 배출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며, 이를 전수 받은 사제들은 작품에 우선하여 자신의 명확한 사진관을 정립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길 때, 비로소 사진도 예술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진정한 예술인의 가치는 지식과 전문성을 자신의 영역 확보나 눈앞의 이익 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될 것이며, 스스로의 양심에 부끄럽지 않을 왜곡 없는 지식의 활용과, 올바른 사진의 역사성과 시대적 조류의 변화를 인식하고, 이에 따른 변화된 작품 세계를 개발하여 사진의 예술적 가치를 높이는 주체로서 부끄러움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론가나 평론가 역시 시대의 문화를 선도해가는 주체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작품을 평가해야 할 것이며, 자칫 주관적인 이해타산에 사로잡혀 수준 이하의 작품을 과대 포장하거나, 수준 있는 작품을 평가절하 하여 폄하하는 등, 표현능력을 남용하거나 오용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한 문화의 변화된 의식의 선두에 서서, 사진예술계를 이끌어가는 지식인 들이 해야 할 역할이며 역사적 사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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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코리아방송 편집국장 장한기(hkjang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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