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는2014년 4월 9일~4월 15일까지 윤주영 사진전 "잔상과 잠상전"이 열리고 있다.

80 이 넘은 나이에도 젊은 사람 못지 않은 열정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윤주영 작가는 사진을 하는 후학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는 말에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생각없이 그냥 셔터만 누를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기 전에 어떤 것을 어떻게 찍을 지를 먼저 생각하고 찍은 사진을 보는 이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할 것인지를 생각하라고 조언해 주었다.

문공부 장관을 포함하여 국회의원 및 정계활동을 해 온 그가 뒤늦게 50이 넘은 나이에 사진을 시작하고 그후 35년 동안 70 만 장이라는 엄청난 작품을 접하면서 인물과 다큐사진에 전념해 왔다.

"왜 인물사진만을 찍어 오셨나요?"라는 질문에 사진은 기록을 남기기 위한 것이고 기록을 하려면 인물위주로 가기에 자연히 인물을 찍게 되었다는 그는 앞으로도 작품활동을 계속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동안 건강이 안좋아 미루었지만 "이제 건강을 회복했기에 계속 해야지요." 하고 답했다.

사진을 하는 이들이 모두 그의 작품을 존경하며 배우고 있는 만큼, 그의 남은 작품생활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건강이 같이 하길 기원해 본다.

대학교수, 신문사 논설위원-편집국장, 청와대 대변인, 문화공보부장관, 대사(大使)-이런 다양한 전직을 가진 사람이 왜 지금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나이 50이 넘어 시작한 사진을 왜 35년이 넘도록 계속 찍고 있는 것일까?

윤주영은 이런 물음에 쉽게 답을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 대답은 그의 사진에 있다. 그의 사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에 관한 것이다. 그가 35년 넘게 찍은 약 70만장의 사진은 단 한 장의 예외없이 「사람」이었다. 그는 사람을 탐구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이다.

윤주영은 왜 이렇게 사람에 집착하는 것일까? 거기에는 그가 언론인이었고 공직자였을 때 접(接)할 수 없었던, 아니 볼 수 없었던 인간의 내면(內面)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는 현장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공직(公職)의 과정에서 간과했던 현장 너머의 비밀스러운 것, 현장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무엇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사람이고 그것이 인간의 내면이다.

윤주영은 그 중에서도 어렵고 고단한 삶을 살아온 사람을 택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 시장(市場)에서 치열히 살아가는 사람들, 고향과 고국을 등지고 외로워하는 사람들, 탄광촌에서 생(生)을 이어가는 「검은」 얼굴들, 멀리 남미 안데스 산록에 사는 인디오 그리고 이 나라, 이 사회를 위해 일생을 바친 외길의 지도자들, 모든 인간의 궁극적 고향인 어머니-이들의 얼굴 표정과 몸짓에서 인간과 세상 귀착점을 찾으려했던 것이다.

그것도 하나의 주제를 수백·수천 장씩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형식을 택했다. 단순한 얼굴의 나열이나 스케치가 아니라 하나의 주제로만 한 번의 전시회를 갖는 방법으로 그 얼굴 뒤의 삶, 사람 뒤의 행적을 깊이 있게 추적했다. 그래서 그의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은 단순히 사진의 평면적 영상미를 넘어 전체의 영상을 통해 하나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사진하면 으레 자연을 떠올리고 풍경을 그리며 정물(靜物)을 연상한다. 하지만 윤주영의 사진에는 자연이나 풍경이 없다. 그는 「그림 좋은 사진」을 찍는 그런 사진가가 아니다.

윤주영의 사진에는 자존심이 있다. 그의 사진에는 그것을 지키려는 엄격함이 있다. 그는 자신의 잣대에 충실하고 거기에 엄격하고 그리고 그것을 지키려는 자존심으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은 그것을 반영할 뿐이다. 그의 사진이 아무리 상업성이 없다 해도 그는 그것이 갖는 「의미」에 열중했다. 그의 사진이 컬러를 외면하고 오로지 흑백의 세계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받아도 그는 사진을 「색칠」하기 싫어했다.

그의 엄격함은 자신을 향해서도 날이 서있다. 그는 박정희 시대를 봉사한 후 박정희가 떠나면서 정계를 떠났다. 자신이 봉사했던 시대의 정치에 대해서도, 그 이후 그 시대가 도마 위에 오르고 질타 당했을 때 윤주영은 『10년 동안 나는 어떤 정치얘기도, 어떤 정치논평도, 정치도 하지 않겠다』며 입을 봉했다. 그는 그것을 지켰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것을 지키고 있다.

윤주영의 사진에는 프로페셔날리즘이 있다. 누구는 그가 공직을 떠난 후 여가를 선용해 사진으로 소일한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사진으로 압축되는 제2의 인생을 공직으로 일관한 제1의 인생보다 더 치열하게 살고 있다. 어찌 보면 그의 인생에서 사진이 주업(主業)이고 공직·정치·언론생활이 부업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윤주영은 10여 년 전 사랑하는 부인을 먼저 보냈다.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었고 그가 이룬 모든 것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부인을 잃은 뒤 윤주영의 인생은 말 그대로 반토막이었다. 그의 나머지 반(半)은 오로지 사진에 던져졌다. 그래서 그는 사진에 더욱 몰두했고 더욱 치열했다.

윤주영은 이제 90 고개를 넘기 전에 잠시 숨 고르며 자신의 사진인생을 되돌아보고 있다. 거기 자신이 담아내야할 「사람」들이 있다면 지구 끝도 마다하지 않고 비행기에 오르던 체력도, 주렁주렁 카메라와 장비를 둘러멨던 「불쌍한 어깨」도 더 이상 버텨주기 힘들어 할 때도 됐다.

이제 자신의 주변에 장벽처럼 둘러쳤던 자기세계속의 자존심, 엄격함, 치밀함을 잠시 내려놓고 싶을 때도 됐다. 나는 한때 윤주영에 관한 어떤 글에서 『때로 사람들은 그의 엄격함과 치밀함을 대하는데 머물다가 그의 내면의 인간성과 그 따듯함에는 채 이르지 못하고 되돌아 나온다』고 썼었다. 이제는 되돌아 나오기 전에 거기 편안한 모습으로 우리를 향해 웃고 있는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윤주영 선배, 윤주영 장관, 사진가 윤주영-이런 저런 호칭이 있어왔지만 윤주영은 이제 우리에게 「인간 윤주영」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수많은 다른 사람의 얼굴을 기록해왔던 그에게 이제는 자신의 얼굴을 기록해둘 때가 됐다고 말하고 싶다.

사진 외길을 걸어온 지 35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개인전도 갖고 사진집도 발간했지만 스스로 자신의 사진인생 전부를 되돌아 볼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이제 내 사진을 총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새로운 감회에 젖습니다.

내가 그동안 찍어온 사진들을 꺼내본 지난 6개월은 즐겁고도 바쁜 나날이었습니다.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메고 고산병(高山病)에 시달리면서 만나러 다녔던 안데스의 사람들, 네팔 카트만두의 한 복지시설에서 내세(來世)를 기다리며 마지막을 살고 있는 사람들, 일제강점기에 사할린으로 강제로 끌려가 그곳에 버려진 우리 동포들의 참담한 모습들, 정부의 주유종탄(主油從炭) 정책으로 탄광들이 문을 닫게 되자 실직자의 신세가 되어버린 「탄광촌 사람들」 그리고 우리나라 자식들을 길러낸 어머니들의 땀 흘리는 모습들을 담은 「석정리역의 어머니들」과 「갯벌의 어머니들」. 또 세월에 따라 빠르게 변하는 5일장의 정경(情景)들---

이런 모든 것을 기록한 작품들은 내가 심혈을 기울여 얻어낸 내자식같은 것들이었습니다.

나는 테마별로 그것들을 분류한 뒤 가슴과 머릿속에서 살아 숨 쉬는 잔상(殘像)들만을 이번 책에 수록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채 뇌리(腦裏)속에 남아있는 잠상(潛像)들을 형상화하는 작업도 진행하고자 합니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에는 많은 선배들과 동우들의 사랑과 지도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정중히 감사드립니다. 이번 사진집과 사진전 준비에 불철주야 노고가 많았던 김동희 실장과 박진환 조수에게도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2014년 3월

윤주영

약력

1928 경기도 장단군 장남면 고량포리에서 출생

1945 개성중학교 졸업

1950 고려대학교 정치학과 졸업

1953 고려대학교 대학원 수료(정치학 석사)

1955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수학

1955-1962 중앙대학교 교수

1957-1961 조선일보 논설위원

1961 조선일보 편집국장

1963 민주공화당 대변인

1964 민주공화당 사무차장

1965-1966 무임소장관

1967-1970 駐 칠레 대사(駐 에콰도르 및 콜롬비아 대사 겸임)

1970 대통령 공보수석 비서관(청와대 대변인)

칠레 최고수교훈장

1971 대한민국 청조근정훈장

1971-1974 문화공보부 장관

1976 대한민국 수교훈장광화장

1976-1979 국회의원

1979 정계에서 은퇴한 뒤 사진에 전념

1979-1984 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중남미 10여개 나라와 네팔, 인도,

부탄, 파키스탄, 터키, 중국, 베트남, 그리스, 이집트, 모로코,

튀니지아 등 아시아?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들을 촬영여행

1984 조선일보사 상담역

1985-1988 조선일보사 이사, 고문

1987 첫 개인전「내가 만난 사람들」(서울,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개최

첫 사진집『내가 만난 사람들』(열화당) 발간

1988 「다시 만난 사람들」(서울,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사진전

『다시 만난 사람들』(조선일보사) 사진집 발간

1990 「내세를 기다리는 사람들」(일본, 도쿄 긴자 니콘살롱) 사진전

제15회 이나노부오상 수상(일본)

「내세를 기다리는 사람들」(서울,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사진전

『내세를 기다리는 사람들』(조선일보사) 사진집 발간

제15회 이나노부오상 수상작품전(일본, 도쿄 긴자 니콘살롱 및 오사카 니콘살롱)

1991 「안개 낀 카트만두」(일본, 도쿄 긴자 니콘살롱) 사진전

「단오제」(서울, 파인힐 갤러리) 사진전

1992 「중국 정경」(서울, 후지포토살롱) 사진전

「동토의 민들레」(일본, 도쿄 긴자 니콘살롱 및 오사카 니콘살롱) 사진전

1993 「동토의 민들레」(서울,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사진전

『동토의 민들레』(도서출판 호영) 사진집 발간

제16회 한국현대사진문화상 수상

1993-2005 방일영문화재단 이사장

1994 「탄광촌 사람들」(서울, 세종문화회관) 사진전

『탄광촌 사람들』(사진예술사) 사진집 발간

「탄광촌 사람들」(대전, 시민회관) 사진전

「여인들의 세월-베트남」(일본, 도쿄 긴자 니콘살롱) 사진전

1995 「베트남-전후20년」(서울, 조선일보 미술관) 사진전

『베트남-전후20년』(타임스페이스) 사진집 발간

「베트남-전후20년」(광주, 남도예술회관) 사진전

「베트남-전후20년」(부산, 리베라아트홀) 사진전

제3회 백오사진문화상 수상

1996 「일하는 부부들」(서울, 코닥포토살롱) 사진전

1997 「어머니의 세월」(서울,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사진전

『어머니의 세월』(눈빛) 사진집 발간

1998 「어머니의 세월」(울산, 문화예술회관) 사진전

1998 『일하는 부부들』(눈빛) 사진집 발간

『어머니의 세월-개정판』(눈빛) 사진집 발간

1999 「중국-개혁과 개방의 바람」(일본, 도쿄 긴자 니콘살롱) 사진전

『중국-개혁과 개방의 바람』(눈빛) 사진집 발간

『안데스의 사람들』(눈빛) 사진집 발간

2000 제1회 다큐멘터리 포토페스티발 미야자키 초대전

2001 「베트남의 여인들」(대구, 고토갤러리) 초대전

「베트남의 여인들」(베트남, 하노이, 전시센터) 사진전

『행복한 아이들』(현암사) 사진집 발간

『장날』(현암사) 사진집 발간

2002-현재 성천문화재단 이사

2003 「석정리역의 어머니들」(서울,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사진전

『석정리역의 어머니들』(솔 출판사) 사진집 발간

「캄보디아-지뢰의 나라」(서울,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사진전

「캄보디아-지뢰의 나라」(일본, 도쿄 신주쿠 니콘살롱) 사진전

2004 「캄보디아-지뢰의 나라」(일본, 오사카 니콘살롱) 사진전

「그 아이들의 평화」(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사진전

『그 아이들의 평화』(생각의 나무) 사진집 발간

2006-현재 방일영문화재단 이사

2007 「어머니」(서울, 포스코갤러리) 초대전

『어머니』(눈빛) 사진집 발간

2008 「50인-우리시대를 이끌어 온 사람들」(서울, 세종문화회관) 사진전

『50인-우리시대를 이끌어 온 사람들』(방일영문화재단) 사진집 발간

「50인-우리시대를 이끌어 온 사람들」(대구, 대백프라자 갤러리) 사진전

「50인-우리시대를 이끌어 온 사람들」(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갤러리) 사진전

2009 「百人百想-600字에 담은 우리의 오늘과 내일」(서울, 세종문화회관) 사진전

『百人百想-600字에 담은 우리의 오늘과 내일』(YBM-Sisa) 사진집 발간

2011 「영월 이야기」(강원도, 동강사진박물관) 사진전

『영월 이야기』(동강사진박물관) 사진집 발간

「우리 어머니」(강원도, 동강사진박물관) 사진전

『우리 어머니』(동강사진박물관) 사진집 발간

2013 「바다의 어머니들」(일본, 도쿄 긴자 갤러리아트그래프) 초대전

2014 「잔상(殘像)과 잠상(潛像)」(서울, 세종문화회관) 사진전

『잔상(殘像)과 잠상(潛像)』(조선뉴스프레스) 사진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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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코리아방송 김한정 기자(merica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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