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잡스러운 로마 시내에서 조금 벋어나 한적한 근교로 나가 볼까한다. 로마 시내에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티볼리(Tivoli)라는 귀족들의 별장 도시이다. 이곳에는 빌라 데스테(Villa d'Este)라는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별장이 있다.

이 별장은 수백 개의 분수가 있는 계단식 정원 때문에 널리 알려졌다. 르네상스 문화의 진수이자 이탈리아 정원예술의 걸작으로 평가되는 이곳은 유럽 정원 발전사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2001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빌라 데스테 궁전 위에서 바라 본 티볼리의 풍경은 마치 중세 시대에 있는 듯 고즈넉함을 준다. 주변을 가득 메운 물소리, 그 앞에 펼쳐진 평지와 붉은 기와집들. 이곳은 예로부터 시간이 멈춘 듯, 여전히 농사를 짓고 하루하루를 소박하게 살아가는 중세 시대의 사람들이 남아있을 것만 같다.

건물에서 내려와 정원에 들어서니 르네상스 건축술의 화려함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엔 백여 개가 넘는 분수가 있는데 인공적인 동력 없이 오로지 언덕이라는 지형에 의한 낙차를 이용해 물을 뿜도록 했다니 놀라울 뿐이다.

갖가지 모양의 분수대와 다양하게 뻗어 나가는 물줄기가 정갈하게 꾸며진 정원의 나무들과 어우러져 이 세상의 것이 아닌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을 다시금 실감하게 한다.

로마에서는 볼거리가 많아 항상 마음이 바빠진다. 티볼리에서의 감동을 뒤로 한 채 산 칼리스토의 카타콤베(Catacombe)로 향한다. ‘낮은 지대의 모퉁이’란 뜻의 카타콤베는 초대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지하 묘지를 일컫는 말이다.

로마에만 60여 개의 카타콤베가 있는데 여섯 개의 카타콤베에만 일반인들에게 공개 되어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산 칼리스토 카타콤베이다. 기독교 박해 시대에 묘지로, 예배당으로, 은신처로 사용되었던 카타콤베는 이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그들의 죽음을 기억시킨다.

가혹한 핍박 속에서도 꿋꿋이 신앙의 끈을 놓지 않았던 신앙인들의 밝고 맑은 죽음을 목격하게 함으로써, 오늘 날의 가벼운 신앙심을 점검하게 하고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고해성사하게 하고, 죽음 이후의 실제 세계에 대해 조금더 진지해져 보기를 소망한다.

카타콤베 내부는 지하 4층으로 이뤄져있는데 일반인들에게는 지하 1, 2층만 공개되어있다. 하지만 모든 곳이 공개 되어 있다한들 섬뜩한 어둠과 복잡함을 헤치고 곳곳을 다 돌아볼 용기는 어느 누구에게도 쉽게 주어질 것 같지 않다.

박해시절, 숨어 있던 그리스도인들은 뒤쫓아 들어온 로마 병사들을 미로와 같은 카타콤베 갱도를 이용하여 따돌렸을 만큼 내부는 무서울 정도로 좁고 난해하다. (과거 여행객 행방불명 사건 이후 안정상의 문제로 개인별로는 출입 할 수 없으며, 그래서 가이드와 함께 단체로만 출입할 수 있다.)

누군가 그랬다 카타콤베는 로마의 영혼이라고 불린다고... 소름끼칠 만큼 아득한 영적 공간... 온 정신과 신경이 내내 반응하는 가운데 확신이 채워지는 극적인 경험이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오는 순간, 세상이 달라보였다.

로마 근교에서의 짧지만 알찬 일정 후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피곤으로 인해 급격하게 떨어진 체력은 젤라또(Gelato)의 힘으로 다시 솟아난다. 로마에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젤라또 가게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빼 놓을 수 없는 곳이 무려 110년 된 지올리띠(Giolitti)라는 가게이다.

이탈리아에서 빼놓으면 안 될 즐거움, 젤라또!

천연 재료를 이용해 만드는 이탈리아의 수제 아이스크림으로 각종 과일과 넛츠 종류를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그 종류만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젤라또 하나를 들고 나보나 광장(Piazza Navona)까지 걸으니 벌써 해가 지고 있다. 해질녘이 더 아름다운 나보나 광장은 본래 전차경기장으로 쓰던 공간으로 뉘엿뉘엿 해가 저물 즈음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으로 몰려든다.

거리의 음악가가 연주하는 통기타 선율과 흩날리는 비눗방울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활기차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마저 느껴지는 이곳, 양쪽으로 오래되어 보이는 멋진 식당과 카페에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그들 모두 광장 쪽으로 의자를 돌려 구수한 이탈리아 음식을 즐기고 커피를 음미하며 사람들을 구경하고 낭만적인 그 분위기 자체를 즐기는 듯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저녁식사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식인 피자와 스파게티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자료 모다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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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코리아방송 김한정 기자(merica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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