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시작에 나레이션은 친절하게 알려 준다.
이 연극 "변태(최원석 작, (故)신호 & 최원석 연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바리맨의 '변태'가 아니라고...
허나, 그 변태라고 한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던져주는 진정한 삶은 바바리 맨으로 대변되는 그 변태와 무엇이 다른가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 연극에서는 두 가지의 물음을 던져 주고 있다.


하나.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둘. 지식인, 혹은 예술가라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이 극에서 ‘바람직한’와 ‘바람직하지 않은’ 변태의 구별은 없다. 관객들은 극 속의 인물들이 어떻게변태(變態)되어 가는 지를 바라보며 자신의 입장에서 위의 질문들을 던져보면 된다.


예술인이라는 것이나 또는 지식인이라고 하는 것과 그리고 그것으로 삶을 영위해 가는 사람과 그 밖의 것으로 삶을 영위해 가는 사람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이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순한 연극이 아니다...
아주 우습게 시작한다. 도서 대여점을 운영하는 시인 민효석(장용철)술값, 담배값이라도 벌어볼 생각으로 동네 정육점 사장 오동탁(김귀선)에게 매주 정기적으로 시를 가르친다.
그러나 도서대여점은 심각한 운영난에 빠져 월세가 밀린지 오래되었고, 효석의 아내 한소영(이유정)은 동탁에게 효석의 일자리를 부탁하나 평생 시인으로만 살아온 효석에게 육체 노동은 참을 수 없는 고역이다. 삶의 궁핍함에 찌들어 시마져도 써내지 못하는 효석을 바라보며 소영 또한 점점 지쳐 간다.


삶-자체는 예술과 평범한 삶을 구별하지 않는다.
이것을 말하기 위해서 연극은 배고픈 시인과 배부른 정육점 사장을 대조시키면서 끝없는 인간의 욕망과 간사한 인간의 심리를 시시 때때로 표출해 나가고 있다.
극중 민효석의 부인으로 등장하는 한소정은 어쩌면 바로 우리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까발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는 되묻고 있다. 예술가의 영혼은 몇Kg이나 되느냐고...?
아니 이 물은 은 곧장 우리에게 되돌아 온다...
당신이 살아온 영혼의 무게는.......
이것은 바로 이들의 욕망과 이들의 간사함, 그리고 이들이 가지고자 하는 가치관이 지금 우리에게 얼마 만큼 중요한가를 말해주고 있다.
결국,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을 벗어 버릴 때, 우리는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 위해서 민효석의 부인 한소정은 온 몸으로 시시각각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고상한 책이 우리가 살아 가는데 있어서 얼마만큼의 무게를 줄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은 충격 그 자체이다..어쩌면 1Kg에 100원이 될 수도 있고...그냥 밑 딱는 종이일수도 있다는 것을...

2시간 남짓한 공연은 시종일관 우리에게 철학과도 같은 물음을 끝임없이 던져 주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관객들의 숨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은 채 막이 내린다.


특히나, 민효석의 부인역을 맡은 이유정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어쩌면 그는 진짜 가난한 시인의 아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깊은 생활 연기를 보여 주고 있었다.
모든것을 다 가진 오동탁을 대할때의 그 표정과 가난한 시인 남편을 대할때와의 그 표정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 동안 연극 "변태"가 거둔 최대의 성과는 위에 인용한 바와 같이 연극의 인문학적 기능을 치밀하고 섬세하게 회복해야 한다는 기존의 당면 과제를 뚜렷이 재각인시킨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세상의 모든 가치가 물신화되어가는 이 최첨단 테크놀로지의 시대에 손때 묻은 예술의 가치가 과연 구시대의 유물인지에 대한 번민과 비애, 진정 행복한 삶이 무엇이냐에 대한 간단치 않은 질문과 해답을 공유하고자 한다.


또한, 연극 "변태"는 인문학적 사유를 함께하는 순기능으로서의 역할과 연극의 공공성을 확고히 구축하여 일회적으로 폐기되는 소모성 공연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유통 확대 재생산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것 같다.

연극 "변태"는 2006년 창립이래 정극, 뮤지컬, 청소년극, 가족극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물을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전국단위문화거점의 중심부에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공연전문기획사및 극단인 한강컴퍼니에서 기획했으며, 앞으로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공연트렌드를 선도하는것은 물론 감동과 재미가 살아 숨쉬는 좋은 공연물들로 자리매김하며 폭넓은 연령층의 관객들을 확보하겠다고 한다.

연극 "변태"는 오는 3월 30일까지 대학로 '이랑씨어터'에서 공연을 갖는다.
[취재/아트코리아 방송=정의선 기자]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