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박용창의 그림

윤리란 인간의 도덕의식과 도덕행위를 일컫는 포괄적 의미이다.

어떠한 도덕적 판단이나 표준, 규칙 등에 대하여 이를 인정하고 받아드릴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가 윤리를 가늠하는 중요한 취지이다. 그림에 대하여 윤리를 적용한다는 것이 어색하거나 생경하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고상하거나 천박함, 어렵거나 쉬움, 상류층적 이거나 이발소적인 그림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고 그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각각의 시선으로서 구분된다. 가령 박용창이 자신의 그림에 붉은 색을 사용하여 형상을 표현하면서 그 행위나 시도에 대하여 윤리적 사고를 배제하였을 때 예술은 우리에게 단지 표현물의 감상만 존재하는 것이지 내재되어 있는 작가의 갈등은 읽어낼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행위나 시대에 대하여 윤리적이고 규정할 때에 그 기준은 그 사회 또는 집단 내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어떤 규범이나 가치에 의존하여 판단한다. 하지만 윤리의 의미는 때로는 구체적으로 습관 들여진 제도로서의 생활세계에 의해서, 그리고 생활세계와 함께 정해진 인습적인 언어나 행위의 형식 속에서 전달되기도 한다. 이는 윤리라는 것이 곧 인간의 생활양식 속에서 생성되었으며, 생활양식의 변모와 함께 변화해 나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즉 인간의 공동체적인 삶에서 기본적인 질서의 틀을 규정해 주는 측면도 있지만 더욱 근본적으로는 윤리가 인간의 공동체 생활 일반의 객관적 요구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인간의 공동체적인 삶의 방식의 변화가 오면 당연히 윤리의식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를 마르크스( Karl Heinrich Marx)는 이와 관련하여, 도덕 그 자체란 있을 수 없으며, 단지 역사적으로 조건 지어진 도덕체계들만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곧 도덕의식, 이성, 의지 등은 인간에게 내적본질 혹은 초월적 진리 따위의 공허한 소리를 들려주는 비역사적인 능력이 아니라, 인간의 현실적인 능력이자 실제적 행위이며, 변화하는 인간과 변화하는 상황 사이의 끊임없는 상호 작용의 산물이라고 보았다.

적당한 위치에서 바라보는 박용창의 그림은 공동체의 결정이나 관습에 근거한 인간이 강요하는 규범적 법칙이 아니라 인간의 힘을 넘어서는 자연적 법칙의 힘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불변의 가치를 자연의 본질로서 이해하고, 자연의 본질과 인간의 본성을 동일시하는 소박한 일원론의 단계에 와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들에게 공통적으로 인식되는 어떤 개념들에 속하고 있는 모든 대상들의 통일을 뜻하는 플라톤의 이데아나, 송대(宋代) 신유학에서의 리(理)에서 박용창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역설적으로 박용창의 섬세하면서도 세련된 묘사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은 구체적인 현실세계 속에 그 기반을 두지 않고, 천리(天理), 이데아 등 이상개념 또는 가상적인 세계에 의존한다. 그런 까닭에 지성(知性)에 의해 이끌리는 단순하고 적절한 추상적 욕망으로 규정지어진다.

2013년 8월

폭염속 낙연재에서 김동혁

갤러리 한옥

2013. 9. 11(수) ▶ 2013. 9.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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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코리아방송 김한정 기자 (merica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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