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작고 사소한 것으로부터의 새로운 확장.


안성하의 4년만의 개인전

가나아트는 담배와 사탕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사실적으로 구현해온 작가 안성하(b. 1977-)의 개인전을 기획한다. 유리 재질의 오브제에 담긴 사탕과 담배를 사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로 그려낸 작품들은 그간 국내외 미술계의 큰 주목을 받아왔다.

2000년부터 담배, 2004년부터 사탕을 소재로 한 작업을 발표했던 작가는 2010년 파리 개인전 이후로 4년만에 열리는 이번 국내개인전에서 와인이나 샴페인 병에 쓰이는 코르크 마개를 소재로 한 신작들도 함께 선보인다.

현대소비사회의 삶의 양면적 속성, 그 역설적 동반을 담아내다

“담배는 독이며 아름답지 않지만 그것이 가져다주는 정신적 위안은 아름답고, 사탕은 달콤하고 유혹적이지만 결국 독이 되고 만다.”

- 작가노트 중에서 -

특유의 향과 맛을 지닌 담배와 술, 사탕과 같은 일상의 기호품들은 소비되는 순간 달콤한 환각을 안겨주며, 복잡한 일상으로부터의 해방감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 모금의 담배연기와 한 잔의 와인이 입 안에 퍼지는 찰나만큼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순간이다.

안성하는 이를 맑고 투명한 유리용기를 통해 왜곡되어 반사된 사탕, 담배, 와인 코르크의 이미지에 담아낸다. 특히나 입에서 막 녹아내린 듯한 사탕의 표현은 자극적이면서도 감미로운 순간의 느낌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담배’, ‘사탕’, ‘술’ 이라는 소재를 통해 현대소비사회의 상징물로서 ‘독성’과 ‘감미로움’이라는 양면성을 드러내고 있다.


친숙함과 낯설음 사이

“가끔씩 영화의 클로즈업된 장면을 바라볼 때면 그 화면 안에 드러나는 대상에게서 발견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느낌을 발견하게 되고 때로는 그것과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비본질적이면서도 사소하게 여겨지는 일상의 미미한 존재들이 일상의 의미를 벗어난 곳에서 또 다른 의미의 제 위치를 가지게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그 의미를 찾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다.”


작가노트 중에서 -

안성하 작가는 자신의 작업실 곳곳에서 발견되는 피우다 만 담배나 혹은 다 태우고 버려진 담배나, 자신이 먹던 사탕이나 마시던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소재 삼아, 이를 매우 사실적인 기법으로 재현한다. 자칫 무심하게 지나치기 쉬운 풍경이지만 커다랗게 확대된 담배꽁초들이, 혹은 사탕이 ‘그려진’ 것임을 아는 순간, 시선을 때기 어려워진다.


사실 원근법적인 설정이 배제된 옅은 화면 위에 익숙한 소재가 그 자체로 부각될 때 우리의 감각은 낯설고 생경해지며, 소위 추상화된다. 제멋대로 구부러져서 켜켜이 쌓여있거나 거무스름한 잿물 속에 짓눌러져 담겨있는 담배꽁초의 모습은 익숙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여기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걱정과 고민, 무거운 일상의 그림자를 불현듯 떠올리게 되며 낯선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사실적 재현과 추상적 감성의 경계에서의 IN BETWEEN

담배, 사탕, 코르크 마개 등 작품의 소재가 사실적으로 표현되었기에, 안성하의 작품을 보며 극사실주의 회화를 언급하지만, 이는 기계적인 정밀묘사에만 치중한 채 현실자체를 해석하지 않고 대상을 즉물적으로만 다루는 극사실주의 회화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캔버스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관찰할수록 구체적인 형태의 윤곽선은 희미해지고 색채의 흔적들로 이루어진 추상화면을 경험하게 된다. 구상적인 화면 속에서도 모호한 추상의 느낌을 발산하는 안성하의 작품에서 우리는 시각적 재현에만 몰두하지 않고, 화면 속 대상으로부터의 정서적 환기를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안성하는 매우 사소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감각에의 탐닉, 심리적 위안, 현실의 긴장으로부터 도피와 같은 탈일상적이며 추상적 감성의 영역을 이야기 한다. 이는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현실의 모습들 가운데 무수한 감정의 고리들로 연결되고 끊임없이 순환하는 삶의 모습과 닮아있다.

참고자료

가나아트 김현경

누군가가 피웠던 담배들이 비벼 끈 듯 까만 재와 함께 투명한 유리그릇 안에 수북하게 쌓여있다. 무심하게 지나치기 쉬운 풍경이지만, 실물보다 수십 배 확대되어 그려진 담배꽁초들이 우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평범함 속에 감춰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듯한 인상에 이끌려 그림 앞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본다. 그 순간 우리는 형태의 윤곽선과 색채의 경계가 모호해진 추상적인 화면을 보게 되지만,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커다란 담배 이미지는 여전히 머리 속에 아련히 남아있다.

안성하(b. 1977-)는 2000년부터 작업실 곳곳에서 마주치는 피우다 만, 혹은 다 태우고 버려진 담배를 사실적인 기법으로 그려왔다. 이를 위해 작가는 그릴 대상을 찾아내고, 다소간의 연출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이미지를 가까이에서 촬영한 후, 그것을 다시 캔버스에 옮기는 과정을 거친다. 클로즈업된 화면을 통해 우리는 제멋대로 구부러져서 쌓여있거나 거무스름한 잿물 속에 짓눌러져 담겨있는 담배꽁초의 표정을 비로소 자세히 보게 된다. “클로즈업은 부분적인 것들을 인격화 시킨다.”는 페르낭 레제(Fernand Leger, 1881-1955)의 말처럼, 여기에서 우리는 고단한 삶 속에 던져진 현대인의 일그러진 초상을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안성하의 작품은 마치 그려진 대상을 실제로 바라보고 있는 듯한 사실적 표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떠한 정서적 호소력을 갖고 있다. 이는 소위 일반적인 극사실회화(Hyper-Realism)가 기계적이며 치밀한 묘사로 인해 그려진 대상 외에 다른 어떠한 생각도 할 수 없는 차가운 화면을 보여주는 것과 분명히 다른 점이다.

입에는 쓰고 몸에는 해로운 담배이지만 그 담배연기 한 모금이 가져다 주는 정신적 위안은 달콤하듯, 안성하에게 ‘담배’라는 소재는 현대사회의 상징물로서 양면성을 갖는다. 이는 2004년 경부터 등장한 사탕이나 최근에 선보이는 코르크 마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 또한 특유의 향과 맛을 지닌 담배와 술, 사탕은 먹는 순간, 달콤한 환각과 함께 복잡한 일상으로부터의 해방감을 선사해주듯, 안성하의 작품은 사소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일시적인 감각에의 탐닉, 현실의 긴장으로부터의 도피와 같은 탈일상적인 영역을 환기시킨다.

지난 2010년 개인전 이후의 신작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안성하는 코르크 마개를 통해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모색하고 있다. 담배와 사탕이 소비되는 순간 버려지거나 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면, 코르크 마개는 그것을 따는 순간 허무하게 날라가는 술과 다르게, 시간이 흐를수록 빈티지한 멋을 더하기도 한다. 이는 마치 술의 맛보다도 술을 마신 날의 추억이 더 소중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기에 안성하 작품에서 차갑고 매끄러운 유리 표면 위로 반사되는 것은 어쩌면 현실의 흔적을 뛰어넘는 삶의 추상적 인상들, 그리고 기억들일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녀의 캔버스를 떠나는 순간에도 진공 속에 떠도는 옅은 담배의 향과 사탕의 달콤함을 느끼며, 그로부터 묘한 위안을 얻는 듯한 잔상을 경험하게 된다.

작가약력

안성하 (b. 1977)

학력
2004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석사
2001 홍익대학교 회화과 학사

주요 개인전
2014 가나아트센터, 서울
2010 Gallery RX, 파리
2009 Transparent Reflections, 가나아트뉴욕, 뉴욕
2007 The Contemporary, 인사아트센터, 서울
Gallery My Name’s Lolita Art, 마드리드, 스페인
2005 갤러리 우덕, 서울
2004 한전프라자 갤러리, 서울

주요 단체전
2013가나아트 30주년 기념전: Contemporary Age, 가나아트센터, 서울
Still Life, CSP111 아트스페이스, 서울
2011 서울미술대전, 극사실 회화-눈을 속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현대미술 루트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서울
작은 것의 미학 1F, 갤러리 아트유저, 서울
Save the Frogs, Save the Earth, 난지 생태공원, 서울
2010 NEWERA_20 artiste, 갤러리 RX, 파리
2009 HOUSE WINE, 사카마키 갤러리, 도쿄
新오감도: Art & Synesthesia,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미래의 작가13: 일상을 넘다, 노화랑, 서울
2008 The Bridge:가나아트 개관 25주년 기념전, 가나아트센터, 서울
Real illusions:Young Korean Artists, 가나아트 뉴욕
Retrospective 2007:Korean Young Painters, 노암갤러리/두산갤러리, 서울
천송이 꽃을 피우자, 인사아트센터/가나아트부산/Cite International des Arts(파리)
My Private Collection, 가나아트센터, 서울
2006 그.리.다.Illusion/Disillusion,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제9회 HOUSES- The Present, 서호갤러리, 서울
커팅엣지, 서울옥션센터, 서울
2005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05, 부산시립미술관, 부산
TRANSPARENCY,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서울
한일현대미술전 POP! POP! POP!, 가나아트센터,서울
요술 ? 미술-The magic of Art, 조선일보미술관,서울
한?미 현대미술전, 첼튼햄 아트센터, 필라델피아
제1회 서울청년작가초대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My Private Gallery, 가나아트센터, 서울
우수정예작가전, 갤러리 호, 서울
HD Generation, 크세쥬 갤러리, 서울
의왕 국제 플래카드아트 2005, 경기도
여성과 생명,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한국여성작가전, 베스비 미술관, 스톡홀름, 스웨덴
For the mutual understanding of contemporary arts between Korea and America,
첼튼햄 아트센터, 필라델피아
2004 음악이 흐르는 그림, 가일갤러리, 경기도
의왕 국제 플래카드아트 2004, 경기도
홍익여성화가협회전 2004-2002, 홍익대학교현대미술관, 서울
제2회-4회 하우지즈 정기전, 서울
C.A.T.s, 종로갤러리, 서울
ARTSEOUL, 예술의전당, 서울
2003 Painters Paint Paintings, 갤러리 상, 서울
화?기?애?애, 종로갤러리, 서울
석사학위청구전: 일상이미지의 재현을 통한 양가성 표출에 관한 연구,
홍익대학교현대미술관, 서울

수상
2002 중앙미술대전 우수상, 호암갤러리, 서울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동아미술제 특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01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00 전국대학미전 동상, 성균관대학교, 서울

가나아크센터
2014년 1월 23일~2월 16일

www.artkoreatv.com
아트코리아방송 김한정 기자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