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사진가가 찍은 풍경사진

[서울=아트코리아방송] 김한정 기자 = 사진가 이한구가 ‘서늘한 서정’으로 포착한 청계천 격랑의 30년 _ <이한구의 청계천, PROLOGUE> 4월 17일부터 갤러리브레송
스무 살 때 찍은 군대 사진 <군용 (軍用_military use)>의 선연한 이미지로 ‘스무 살에 이미 작가였다’란 평을 듣는 사진가 이한구. 그러나 그의 첫 작업은 군 입대 전 사진학과 재학시절에 찍기 시작한 ‘청계천’이다. 그때가 1980년대 후반이었고, 최근까지 작업을 이어왔으니 사진기를 사이에 두고 청계천을 바라기 하며 산 세월이 근 30년이다.

사진계에 ‘이한구의 청계천’이라는 복합명사가 하나의 단어처럼 돌기 시작한 것은 작년이다.  미발표작인 ‘청계천’ 시리즈가 제1회 최민식사진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점과, <군용>으로 올해 미국 휴스턴포토페스트의 <인터내셔널 디스커버리5> 전 초대작가로 전시가 열리면서 이한구의 다른 시리즈에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그러한 이한구의 청계천 사진이 처음으로 정식 공개된다. 갤러리 브레송의 기획전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찍은 풍경사진’의 일환으로 첫 전시가 열리는 것이다. 세월에 비례해 작업의 양이 방대하다보니, 이번 전시는 전체 청계천 시리즈의 ‘서곡’형식이다. 그래서 전시 제목이 '이한구의 청계천, prologue'.
청계천은 서울 메트로폴리탄의 한 가운데 자리 잡은 거대한 시장이지만, 이한구에게 이곳은 어린 시절을 보낸 공간으로 처음에는 유년의 에스프리가 그를 이끌었다.

“어린 눈에 매일 오가며 보는 장터는 흥미롭고 신비로웠다. 친구들은 목재소집 아들이거나 철공소집 아들, 식당집 딸이었다. 코흘리개들과 청계천을 누비며 놀았다. 성장한 이후로 다들 뿔뿔이 흩어졌지만, 몇몇은 다시 청계천으로 흘러들어왔다. 인쇄소에서 일하거나 기계를 만드는 기술자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나는 사진가가 되어 돌아왔다.”

이후 이 젊은 사진가의 눈에 유년과 얽힌 유정함 대신 피사체로서 청계천변 삶의 풍경들이 새롭게 보였다. 섬유, 전자, 전기, 의료, 기계 등 제각기 물성과 형태가 다른 것들의 밀집이 조형적으로 흥미로웠다. 화려한 대도시의 중심부에 자리해있으면서도 누추하고, 이상하게 당당하고, 활기차면서도 어딘지 쓸쓸한 대립각의 정서도 좋았다.

더구나 그 안에 몸으로 생애를 밀고 나아가는 사람들, 헤아릴 수 없는 삶들이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지방에서 도시로 찾아 든 이주민들이 도심 한가운데 거대한 난장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각양각색 공구들 사이에서 책을 읽던 노점 공구상 주인, 찌그러진 양은 세숫대야에 검정 묻은 얼굴을 씻던 철공소 청년, 짐을 나르는 노동자의 숨소리.... 그 청계천의 ‘동력’들을 보면서, 사진가로 언제 어느 곳을 떠돌더라도 일생 동안 다시 돌아와 청계천을 찍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그렇게 했다.

리얼리즘적 대상 자체가 주는 감동에, 주제를 조형적으로 절단함으로써 ‘서늘한 서정’을 만들어내는 이한구의 사진적 방식이 덧대어지고, 거기에 시간이 흐리면서 생성된 버내큘러들이 합세했다. 다시 그 사진들은 우리의 한 시절, 또는 역사의 기록이라는 큰 맥락 위에 놓이면서 두터운 층위를 얻는다. 이번 전시는 ‘이한구의 청계천’ 서곡이자, 동시에 이미 시작된 한 사진가의 작품세계, 그 서곡이다.


전시 기간: 2015년 4월 17일(금) ~ 4월 28일(화)
장  소: 갤러리 브레송 (서울시 중구 충무로2가)
문  의 : 02-2269-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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