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방 안에 거대한 고래 한 마리가 있다. 그 고래는 누군가에게 불편한 현상이다.

2014년의 첫 번째 전시로 코너아트스페이스는 임연진 개인전을 개최한다. 임연진의 개인전은 라는 제목 아래, 새로운 회화 작업과 사운드 작업을 소개한다.

이 제목은 “방 안에 코끼리(an elephant in the room)”라는 영미권 관용어에서 차용해왔다. 이 관용어는 모두가 아는 명백한 사실이지만 불편하고 꺼림직한 문제를 일으킬까 모른 체하거나 또는 언급하지 않는 상황을 의미한다.

임연진은 지식과 정보가 인터넷 상에서 넘쳐나는 현대에도 전쟁과 기아, 야생 동물의 불법 포획과 같은 참혹한 현실들, 어두운 이야기나 불편한 현실들이 존재하지 않는 듯 행동하는 사회적 무관심에 주목한다. 할리우드식 해피 엔딩에 대한 최면을 걸며, 긍정적 사고를 강요하는 무한 경쟁 사회를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한다.

작가에게 흥미로운 점은 ‘셀프-헬프 (self-help스스로 돕는다)’식의 긍정 처방과 자기계발서가 넘쳐나는 세계에 살고 있음에도 여전히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임연진 작가는 “정부 붕괴와 암울함, 여성과 아이들이 희생당하는 전쟁과 같은 절망적인 현실이 우리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매스 미디어는 강박적이고 압도적이다. 누군가는 조용히 이런 문제들을 개인 블로그에서 의견을 나누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 듯 보인다. 공론화된 토론도 시작하지 않은 채, 그저 고래들만 멍하니 바라보는 것은 괜찮은 걸까?”라고 질문했다.

작가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범고래와 펭귄, 상상의 동물인 뿔 달린 기린, 유니콘-기린을 신화적 내러티브 속에 그린 에그 템페라 작품이 전시된다. 한편의 만화나 어린이 동화처럼 밝고 사랑스럽게 묘사된 상어도 무서워하는 영리한 포식자 범고래와 환상의 동물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신화를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유머러스한 비평이다.

양지윤 디렉터는 “신비적 자기 암시를 통해 세속적 성공을 이룬다는 식의 현대적 신화의 얄팍함을 수면 위로 드러낸다”고 이번 전시를 소개했다.

전시장 안에 들어서면 범고래가 ‘말하는’ 소리와 물 표면에 있을 때의 숨소리가 들리고, 영어, 한국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 다국어로 통계자료를 읽는 소리가 들린다. 인구증가와 얼마나 많은 가스가 발생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문제들이 지구환경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계산한 수치 등의 사실들을 진술한다.

고래는 우리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불편하고 절망적인 현실이다. 또 바닥에는 범고래 떼의 등지느러미가 실제사이즈로 재현된다. 우리는 범고래 무리의 등지느러미만을 바라보며 실제 범고래를 생각한다. 장님이 코끼리 뒷다리를 만져보고 코끼리를 다 안다고 주장하듯이.

작가 소개

임연진은 뉴욕의 파슨스 디자인 스쿨(1997)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2005)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한 바 있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임연진의 작업은 지역의 신화, 전설, 동화 이야기를 페인팅, 프린트, 사진과 미디어 설치 작업으로 표현한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뉴욕에서 자란 한인 2세대인 임연진은 두 개의 다른 문화 속에서 글로벌 시대에 유비쿼터스적인 개념이 된 ‘집’의 개념을 새롭게 해석하며, 각 나라별 스테레오 타입에 관심을 둔다.

예를 들어, “아시아인들은 친절하고 위협적이지 않다” 또는 “미국인들은 긍정적이고 단순하다”와 같은 일반적인 고정 관념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초상화 시리즈(portraying humans)나 나라별 신화를 바탕으로 한 동물 회화 시리즈는 유머러스한 동시에 왜곡되어 있다. 임연진은 한국과 미국이라는 두 문화가 어떻게 대립되고 찬미되는지를 인류학적으로 관찰하며, “영원한 이방인”의 관점에서 작품 활동을 한다.

오프닝: 2014년 1월 11일 (토) 오후 5시
전시 기간: 2014년 1월 11일-2월 1일
전시 기획 및 장소: 코너아트스페이스(서울 강남구 신사동 580-6 제림빌딩 1층)
오시는 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5번 출구 바로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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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코리아방송 김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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