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열 소장품이야기 34 - 유경화 유경화! 그 이름이 한 없이 가엾다.유경화 작가는 지체장애 1급으로 언제나 휠체어와 함께 였다. 누군가가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안될 만큼 중증 장애였지만 얼굴 만큼은 너무나 밝고 이뻤다. 그 여린 몸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작업을 했고, 그 많은 전시를 다 소화해 내고 있었다. 어느날 그런 그녀의 부고가 전해 왔다. 유경화의 붉은 바탕은 만만하지 않는 이 세상에 임하려는 각오를 엿보인다.또 소나무는 모진 비바람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려는 의지일 것이다.그래서 일까? 그녀는 불
조연경의 작업 '바람, 소리, 공기, 그러므로 자연에서 건너온 것들' 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 조연경의 조형 작업은 섬유가 베이스다. 섬유의 전통적인 의미 그러므로 생활 속 쓰임새보다는 조형 가능성에 무게를 두어 섬유를 조형화, 현재화, 자기화한 것인데, 그 최소 단위원소가 실이다. 그런 만큼 실이 갖는 상징적 의미에 대한 이해가 작가의 조형 작업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실은 시간을 상징하고, 인연을 상징하고, 관계를 상징한다. 존재론적인 층위에서의 의미(이를테면 시간과 같은)를 내포
[김수열 갤러리스트] 소장품이야기 33 - 맹기호누구나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 하나는 얹고 살 것이다.컬렉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소개 하고 싶었던 작가는 고맹기호 선생님이었다. 그러나 몇 번의 글을 썼지만 그때마다 가슴이 먹먹하고 아려와서 썼다 지우길 반복 해왔다. 오늘 내가 소개를 가장 아끼고 아껴왔던, 내 인생의 선배이자 나의 은인이었던 맹기호 화백에 대한 글을 써 볼까한다. 맹기호 화백은 내가 가장 어려울 때 나타나서 나를 지켜주었고, 또 내가 컬렉터로서 길을 걷는데 안목이 무엇인지 눈 뜨게 해 주셨을 뿐 아니라 내가
4월은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기억과 욕망을 뒤섞어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T.S 엘리엇의 ‘황무지’ 중에서- 4월이 되면 우리는 흔히 ‘4월은 잔인한 달’로 시작되는 T.S 엘리엇의 라는 시를 떠올린다. 꽃이 피고 가장 아름다운 시기인 4월이 왜 잔인한 달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엘리엇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22년에 이 시를 발표했는데, 전쟁 이후 현대문명의 황폐함을 상징적으로 묘사했다고 보기도 하고, 부친의 작고와 아내와의 불행한 결혼생활 등을 잔인함의 이유로 보기도 한다. 또 하나의 해석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최고의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꽃은 인류가 문명의 세계를 열기 이전부터 모든 생명의 원천으로 손꼽혔다. 그래서 사람이 태어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꽃은 인간의 기쁨과 축하 가운데 최고의 표상이고, 슬픔을 추모하는 최적의 상징으로 간주된다.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까지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피에르-조셉 르두테는 그런 꽃그림의 원조로 불린다.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와 나폴레옹 황후를 위해 우아한 세밀화의 꽃그림을 그려 그는 궁정화가로 알려졌다. 특히 꽃 그림으로 유명해진 그는 특히 장미와 백합에 대한 그림책을 만들기도 했다
[김수열 갤러리스트]소장품이야기 32 - 김마지갤러리를 처음 시작하면 누구나 젊은 작가와 함께 커나가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나도 갤러리 초기엔 젊은 작가들과 어울렸다. 그리고 갤러리보다는 컬렉터 성향이 더 짙었던 나는, 주로 그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하였다. 2005년에서 2009년까지 내가 구매한 10여 명의 작가 중, 지금까지 왕성한 작업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는 찰스장이 유일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작가가 아예 작가 활동을 포기했고, 그나마 바퀴와 바퀴벌레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던 선호준 작가는 작업 소재까지 바꾸어서
[강정희 American Story] Talkative Art 2023미국대학에서는 교수들이 전혀 학생들의 그림에 손을 대지 않는다.내가 미국에서 10여 년 대학생으로 공부하고 있을 때도 그랬다.기초든, 작품이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로 강의를 하고 태크닉은 지도하지 않고 학생 자신이 태크닉과 작품의 이미지를 자기 노력과 발견으로 만들어 내어야 한다. 미국 대학시절, 교수님은 항상 학생들의 이미지와 태크닉을 위해 학생들의 그림을 존중하고 그들의 태크닉에 많은 기초 방법 등을 강조하면서 전반의 흐름을 강의한다.그 강의를 처음에 이해
김수열 소장품이야기 31 - 류영신갤러리가 작가의 작품을 팔아주지 못하면 작가는 떠날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갤러리가 작가에 대한 확신 없이 함부로 작품을 팔아서도 안되는 일이기에 작가와 갤러리가 작품 거래 없이 오랜 시간 함께 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작가가 작업만 묵묵히 하면, 제가 죽을 때까지 전시는 책임지겠다고 큰소리쳐 왔습니다. 다만 팔아줄 자신은 없다는 게 저의 단점이고, 그렇게 수많은 작가와 만나고 또 떠났지만, 정말 단 한 점도 팔아주지 못했음에도 가장 오랜 시간 말없이 작업만 해온 작가는 류영신 작
춤추는 정원 - ‘현실화된 유토피아’에서의 사랑 김성호(KIm, Sung-Ho, 미술평론가)I. 또 다른 헤테로토피아 - 현실화된 유토피아에서 설치미술가 심영철은 52회 개인전이 되는 《춤추는 정원(Dancing Garden)》에서 미국 유학 이후부터 시작했던 미디어아트와 설치미술에 관한 실험을 종합하는 전시를 선보인다. 1993년 ‘일렉트로닉 가든(대전엑스포)’을 필두로 2002년 ‘환경을 위한 모뉴멘탈 가든(인사아트센터)’, 2009년 ‘시크릿 가든(선화랑)’ 2012년 ‘매트릭스 가든(한국미술관)’ 2014년 ‘블리스플 가든(
김수열 소장품 이야기 30 - 박명선실험적인 작가라면 무조건 다 받아 들이던 때가 있었다. 물론 그 실험적 이라는 것이 객관적으로 볼 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내 눈에 실험적이면 그 작가는 특별해 보였을 때이다. 박명선 작가는 영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들어온 상태였다. 어떤 계기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박명선 작가의 작품을 보게 되었고, 작품이 참 이색적이고 실험적이란 느낌을 받게 되었다. 홀로그램을 이용하여 작품이 반짝 반짝 빛나는 것도 신기했지만 책나무, 지식의 열매, 지식의 숲 등 제목이 참 마
김수열 소장품이야기 29 이건용최근 미술계전반에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작가분을 꼽으라면 이건용선생님이 단연 으뜸이라 하겠네요. 선생님을 햇수로 따지면 8년, 시간으로 따지면 6년 간을 모시면서 그 중 절반이 넘는 시간인 3년6개월을 저희집에서 한식구로 계셨죠.댁이 군산이라 오시면 여관방을 구해 드렸는데 선생님께서 여관을 마다하시고 단칸방이라도 좋으니 저희집에서 주무시겠다고 해서 맞이한게 시작으로 하루가 이틀되고 이틀이 삼일되고.... 그렇게 3년 6개월이란 시간을 저희집에 머무르시는동안 기억에 남는게 있다면 단 하루도 웃음이
은유의 시와 간결한 붓질, 경이로운 서양과의 만남–정창기 작가김종근 미술평론중국 북송시대의 화가 곽희(郭熙, 1060~1080년경 )는 시와 그림에 관한 아주 명문을 남겼다 “그림은 소리 없는 시이고 시는 형태 없는 그림이다” 시와 그림이 결코 둘이 아니고 그것이 하나였을 때 그 빛을 발하며 이것은 진주와 같이 반짝이며 소중하다는 것이다. 정창기 화백의 시와 그림과의 절묘한 조우, 그 만남은 바로 이러한 시적인 높은 경지와 붓질의 아름다운 형상의 순간들을 담아내고 있다.”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선을 그어 간다. 선명한 한삼모시 한 올
구성수 미술평론 '김승환 사진전 'Pills'김승환의 작품은 언뜻 보면 알약을 소재로 삼았을 뿐인 원색의 조형 사진이다. 수천, 수만 개의 알약들을 나열, 구성하여 총천연색 패턴을 만듦으로써 마치 추상 사진 같은 작품을 만들었다. 그런데, 왜 하필 알약인가? 작가는, 약물(알약)이 함의하는 현대인의 '정신적 멘탈의 문제'를 시각화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약이 인체에 미치는 다양한 효과 중 환각이나 중독, 더 나아가 인간 정신계의 패턴을 형상화하여 만든 이미지라는 말이다.작가의 이 같은 메시지의 이미지화 작업은, 그의 초기 사진에 등장
김수열 소장품 이야기 27 - 장승효아트페어를 가면 입구에 근사한 차 한 대가 화려하게 장식이 되어 있었다. 주변은 형형색색 피어난 꽃들이 춤추고, 미디어와 오브제가 결합된 작업은 언제나 눈길을 끌고 사람들을 불러 들여 포토존이 되었다. 내가 장승효 작가에 대해 알게 된 것은 2016년 이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두바이와 카타르도하에 지사를 열고 한국의 작가를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때 장승효 작가의 이메일 한 통을 받으면서다. 하지만 이미 나는 이이남 작가와 함께 전시가 이루어 지고 있었고, 때문에 장승효 작가와 함께 일
김수열 소장품이야기 27 안병석 바람결저는 평소에 원로 작가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한국 미술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시대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열정적으로 작업을 해 오신 분들이 너무나 많으시고, 그럼에도 제대로 된 평가 없이 지금까지 작업에만 몰두하고 계시는 분들을 알게 되면, 괜히 제 마음이 무겁고 미안해 지는 느낌이다. 저는 1년 행사 중 가장 비중 있게 다루는 행사가 아트부산 입니다. 아트부산 만큼은 장사보다는 작가를 알리는 일에 더 집중 했으며, 1회부터 지금까지 원로 작가분을 소개하는데 집중 해 왔습니다. 이동
김수열 소장품 이야기 26 - 강민수 도예가나의 컬렉션 역사를 돌아보면 나는 언제나 운이 좋았다.남들이 주목하기 전에 나와 인연이 닿아 가장 먼저 컬렉션을 한 경우가 참 많았다. 때문에 나는 꽤 많은 작가들의 첫 컬렉터 이기도 하다. 나는 언제나 운이 좋아서 내가 컬렉션을 한 작가는 대부분 유명해 졌다는 것도 나의 가장 큰 보람이기도 하다. 그 중 한 분이 강민수 도예가님이다. 당시 58cm대호를 80만원, 68cm특대호를 120만원에 주시면서 처음으로 팔아 본다며 오히려 감사해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2008년말 미술동호회
이원태의 회화 ‘경계를 넘어 경계를 열고, 차원을 열고, 세계를 여는’ 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 작업에 대한 작가들의 착상은 실로 다양한 곳으로부터 온다. 우주와 자연, 일상과 사회, 역사와 일화, 사건과 사고, 가상과 실재, 도덕과 윤리, 태도와 관념, 수행과 이념, 우연과 필연, 욕망과 상상력, 유희와 놀이, 자기반성적 사유와 때로 미술사적 형식논리와 같이 그 출처는 삶의 질이 복잡한 만큼이나 다종다양하고 예술에 대한 정의가 무색한 만큼이나 종잡을 수가 없다. 생각하는 동물답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
김수열 소장품 이야기 25 - 박형필박형필 작가의 작품이 품어내는 강한 색상이 내 눈을 끌었다. 특히 작가의 작품이 캔버스라는 경계를 허물고 폐활용 박스를 이용했다는 점이 신선했다. 물론 모든 작업이 박스를 이용한 것은 아니지만, 나무 판이나 또는 비전문가용 캔버스 등 재료에 얽매이지 않고 작업을 하는 것은 일반적인 작가들의 작업 형태는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사용하는 물감은 매우 진지했다. 그래서 색상이 더더욱 강열하고 또 고급스러운 지도 모른다. 컬렉션 이야기에서 나는 가급적 작가의 작업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아끼려 한다,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심리적 고통에는 크게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경제적 곤란과 같은, 갖고 싶은 것을 가질 수 없는 고통, 두 번째로는 실직과 같이 이미 가진 것을 잃어버리는 고통, 세 번째로는 관계상의 갈등 등으로 보기 싫은 사람을 보아야 하는 고통, 마지막으로 이별과 같이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없는 고통 등이 그것이다.그 중에서도 사람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이다. 실제로 연구에서도, 상실의 슬픔으로 인한 충격이 상당하다고 인정했다. 토마스 홈즈 박사가 개발한 스트레스 측정 척도(Holme
펜데믹 이전과 이후의 소비자 트렌드 변화그간 필자는 두 번의 컬럼을 통해 챗GPT의 발전과 실용성 등을 얘기하였다. 챗GPT를 비롯한 AI 기반 대화형 챗봇들은 문학, 음악, 미술, 회화, 법률 등의 각종 분야에서 기존의 직업들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 발달속도가 빠르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의 관심도도 높아지고 이용자들이 증가하면서 거의 모든 매체들에서 수많은 기사들과 영상들이 범람하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다른 글을 쓰려고 한다. 문화예술 분야 콘텐츠 산업 분야의 트렌드코로나19 팬데믹은 문화예술 분야를 포함한 콘텐츠 시장에 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