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와 색채가 빚어내는 사유의 공간- 김지현의 근작김종근 미술평론 김지현 작가는 오랫동안 현실과 이상, 의식과 무의식 등 이분법적인 세계를 초월하려는 욕망을 날개 이미지로 형상화했다.이것은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유와 갈등, 고민의 세계에서 벗어나려는 강렬한 본능의 표현이기도 하다.작가가 작품 제목 앞에 'Fly'(날다)라는 단어를 꼭 붙였던 이유도 바로 그런 것 때문이었다.추계예대에 재직하던 교수 시절 이후 작가는 문의면 두모리 산속 조용하고 고즈넉한 작업실에서 칩거했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작업을 제작했다. 그
김수열 소장품이야기 44'아산갤러리에서는 2023년 7월 12일~7월 26일까지 한재철 작가 '항해시리즈'가 전시될 예정이다.
[박명인의 미학산책] 창조와 수용 Ⅰ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모더니즘의 원점에서 생각된 것이 ‘미와 예술의 자율성’을 설명한 칸트의 미학이었다. 칸트는 또 당시의 포멀리스틱(formalistic)한 고전주의 미학에 대하여 예술창조의 원리를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 이래 ‘천재’라는 예술가가 자유로운 창조적 개성에서 찾아낸 것이며 거기에 바로 칸트미학의 근대성이 특질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다음과 같이 이 명제를 보충하고 있다.‘천공(天空)을 날아다니는 천재도 방자해질 때 좋은 취미가 이것을 조교
-길 위의 돈키호테- 순한 농부 하인 삼아비루한 말 잔등에 태우고 방랑자는 경계 없이하늘과 바다를 달린다고유의 성(姓)도 잊고불합리적 사고에 창을 휘두르는 기사여허벅지를 보호하는 갑옷 키호테(Quixote)그 이름자 돈 키호테와신의 넓적다리에서 자라 태어난 주(酒) 신 디오니소스그가 빚은 포도주는 슬픔도 사위어다 함이 없어라 그 사랑꿈꾸는 세상닮은꼴 두 사람은 한 남자허구(虛構)에 반해 가는 길요새를 지킨 늙은 독수리가 호위한다 *수년 전 늦가을 어느 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의 돈키호테와 산초 판자, 명품거리 그랑비아 길목 에스파냐
형태와 색채가 빚어내는 사유의 공간- 김지현의 근작 김지현 작가는 오랫동안 현실과 이상, 의식과 무의식 등 이분법적인 세계를 초월하려는 욕망을 날개 이미지로 형상화했다.이것은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유와 갈등, 고민의 세계에서 벗어나려는 강렬한 본능의 표현이기도 하다.작가가 작품 제목 앞에 'Fly'(날다)라는 단어를 꼭 붙였던 이유도 바로 그런 것 때문이었다. 추계예대에 재직하던 교수 시절 이후 작가는 문의면 두모리 산속 조용하고 고즈넉한 작업실에서 칩거했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작업을 제작했다.그 방대한 양의
[김수열 갤러리스트] 소장품이야기 43 '이건용 선생님의 작업들' 이건용 선생님의 작품은 입체, 평면, 행위로 크게 3가지로 분류할수 있다.이중에 평면작업은 관계항 시리즈, 인간항 시리즈, 신체항시리즈로 분류 가능하다. 입체역시 관계항시리즈, 인간항 시리즈. 신체항 시리즈로 분류되며 모든작업은 논리적이다. 행위에서의 조건은 특별한 준비가 필요한데 장소, 작가자신의 신체, 언어, 관객이 있어야 조건이 갖춰진다.만약 위 네가지 조건 중 한가지라도 빠진 행위는 혼자 헛지랄하며 노는것이라 말한바 있다. 위의 작품사진은 이건용선생님이 주변
-산 마르코 광장- 지중해 섬 건너다섯 개의 눈부신 돔, 대 성당에 이르면종탑 아래 선착장의 배들은 평화롭고비운의 황제와유리공예에 바친 예술가의 시간들일조량은 높았을까그때도비둘기 깃털 뜨겁게 날리는 베네치아최초의 습지대 영토를 넓히고 비잔틴을 사랑한전성과 쇠퇴에 바친 비발디 사계의비밀한 아픔이 있는 곳가면 축제 뒤에 버려진 아이들은곤돌라의 노를 저으며 이방인을 실어 날랐을까광장 한가운데 거리 연주물의 신화화려한 서곡에 걸음을 멈춘다 *바포레토라고 했던가 물의 도시 베네치아로 들어가며 이용한 교통수단인 배인데 나는 곤돌라를 타고 싶었
[박명인의 미학산책] 미적개념-美的槪念 Ⅳ미를 정의하거나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거나 하는데 복잡하게 휘감기기 쉬운 것은 원래 형용사인 것에서 유래한다. 명사는 대체로 일정한 물체를 가리키고 있어서 일의적인 명료성을 가지고 있지만, 형용사는 각양각색으로 대상에 분산되어 인정을 받는 속성이 있다. 특히 ‘아름다운’과 같은 형용사는 주관적 판단의 계기를 포함하고 있어서 제1 성질이나 제2 성질이라는 객관적 성질과는 다르다. 또한 이 판단은 대상의 제1 성질이나 제2 성질을 근거로 행해진다. 거기에서 정확히 제2 성질이 제1 성질을 근본으
자연으로부터 창견(創見)한 미적 세계 보고 느끼지 않고 그리는 작품에는 영혼이 없다'박명인(미술평론가·한국미학연구소 대표)현대에 있어서의 미적 개념은 미적이지 않은 예술, 또는 미적이지만 한계현상에서 반미적 예술을 외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주장이 추상미술을 탄생시킨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술의 근본 정체성은 반미술적인 표상이나 사상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고, 인간의 정신에 감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때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김길자의 미적 세계는 바로 이러한 개념적 의미를 체험적으
-세이렌의 절망- 먼 나라지중해 연안밀랍으로 귀를 막은 영웅과노래에 미혹된 어부의 배 좌초시키는반은 인간 반은 조류(鳥類)로 날던세이렌 자매들이여어느 비극의 시인한(恨)으로 포도나무가 자라고음악가가 탄식해 쓴 곡의 음(音)을 날개로 끌어모아바다로 가는 길 끝에서 노래했던가악기의 달인 오르페우스에게 패배한 날울면서 바위가 되어버린세이레네스섬의 기괴(奇怪)한 이야기그대들의 전설에무심한 객선 낙원이었던 곳을 지날 때스크루에 감기는 물보라고운 아마빛 머리칼의 기억 *새의 섬이라 불리는 터키 쿠사다시에서 그리스 사모스섬으로 들어갔던 게 벌써
1447년 4월 20일 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은 평생 잊지 못할 꿈을 꾼다. 절벽과 복숭아밭으로 가득한 무릉도원을 꿈에서 생생하게 본 것이다. 안평대군은 꿈의 내용을 안견에게 설명하여 그리도록 하였고 사흘 만에 그림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이 그림은 매죽헌에서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라는 제서(題書)를 달게 되었다. 기암절벽 위에 복사꽃이 만발하고, 초막과 폭포수 아래 빈 배가 보이는, 바로 그 유명한 안견(安堅)의 몽유도원도라는 걸작이다. 그리고 이러한 화풍은 이후 조선 후기의 진경산수화와 대비되는 관념 산수화로 불리게 된다.
박명인의 미학산책 '미적개념-美的槪念' Ⅲ 근세의 미학은 시점을 역전시켜 미를 주관적 측면에서 규정하는 길을 택했다. 환언 하자면, 미적 대상의 특징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경험하는 마음의 특질에 의해 미를 정의하려고 하는 공략이다. 대표적으로 칸트의 『취미판단』에서 제 1계기(질)’로 본 미의 이론은 다음과 같다.‘취미란 일체의 어떤 대상이나 표상의 방법을 만족ㆍ불만족에 의해 판정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만족 대상을 가리켜 미라고 한다’.이것은 미를 대할 때의 특정한 태도에 의해 미를 규정하는 것이다. 근대철학의 관념론적 경
-늑대의 신화- 동으로 원형경기장서쪽으로 테베라강에 이르는 구릉지에 은빛 늑대붉은 돌 거친 들판 그곳에서젖을 물려 키운 아기들과 뜀박질했지양치기에게 빼앗긴 아이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어느 폭풍우 치는 날 사라진 왕처럼,옛 영웅이 아프리카 해안까지 밀린 전장에서돌아온 귀향의 언덕그곳에 나라를 건국(建國)한늑대아이는세상의 집들을 짓기 시작했네수 천년 바람에도 온전한 청동문 집들을,뜨락에 수 천년 달이 뜨고동굴에서 제 눈빛으로 불 밝히며사그라뜨리던 늑대는이제 죽음의 은화살도 비껴간 채로마의 팔라티노 언덕을 맴돌고 있다네아이를 찾아 *태양
종교를 통한 영혼의 언어–손문자김종근 미술평론가때때로 예술은 종교적 힘에 의해 더욱 빛을 발한다. 그래서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예술을 종교와 같다고도 했다. 그만큼 예술은 종교적인 비의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 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에겐 그러한 역사와 작가가 너무 없다.그런 반면 렘브란트나 마티스, 샤갈 같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우리는 종교의 깊은 힘과 예술가들의 아름다운 영혼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만나게 되는 손문자의 회화에는 그러한 온화함과 숭고함이 작품 전체를 관류하고 있다.그 배경
미적개념-美的槪念 Ⅱ또한 미에 있어서의 언어나 개념은 훨씬 적극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미가 주는 쾌는 정신을 활성화한다. 그 상태에서 개념적인 사유가 적극적으로 전개된다. 예를 들면, 회화에 그려진 어떤 대상이 무엇인지 모를 때에는 그것을 해명하려고 한다. 이러한 미에 대한 해명은 언어적이다. 또한 묘사 대상을 동정(同定)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말에 의해 미에 도전하려고 한다. 동정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변이를 오인하고 버리기 십상이다.색채 변이나 약간의 형태의 변이를 중대시하고 별종이라고 판단하고 버리거나 비슷한 별종을 동일시해서
[김수열 갤러리스트] 소장품이야기 41-다매체 예술가 '윤진섭'나는 윤진섭 선생님에 대한 전방위 예술가 라는 지칭을, 다매체 예술가로 부르길 권한다.윤진섭 선생님의 예술 세계는 메시지 전달이라는 몸짓과 언어적 행위가 시각,청각,촉각등의 여러 전달 매체를 동시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선생님의 전시를 처음 본 것은 2년 전 김달진 미술관에서의 아카이브전 이었다. 그리고 다음 달에 열린 인덱스 갤러리의 행위 예술 사진전과, 같은 달 서천상회에서 열린 드로잉전이었다.아카이브 전에서는 선생님을 기록하기 위해 구매했고, 사진전 역시 선생의
[박명인의 미학선책] 미적개념-美的槪念Ⅰ미는 물질 또는 어떤 사태의 완전성이나 가치가 단적인 형에서 직감적 혹은 직관적으로 쾌(快)나 감탄으로 파악되었을 경우를 말한다. 이것은 세 개의 계기에 의해 구성된다. 첫째는 미의 소재에 관한 규정, 둘째는 존재의 완전성이라는 본질 규정, 셋째는 직감성ㆍ직관성이라는 조건이다.예를 들면, 예술작품과 같은 특정한 대상뿐 아니라 모든 것이 미일 수 있고, 물질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미가 존재한다. (예를 들면 행위의 미) 다음에 직감성ㆍ직관성이라는 조건은 대상의 완전성이 논증적으로 나타내고 납득할
인연의 싹은 하늘이 준비하지만이 싹을 잘 지켜서튼튼하게 뿌리 내리게 하는 것은순전히 사람의 몫이다.인연이란, 인내를 가지고공과 시간을 들여야비로소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한 포기 난초인 것이다.- 헤르만 헤세 - 우리는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다. 나를 먹여 살리는, 오늘 아침 밥상에 올라온 밥과 반찬들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연이 포함되어 있다. 어느 이름 모를 농부로부터 이름 모를 유통업자와 판매업자, 이름 모를 택배기사님 등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먹여 살리고 있다. 직접 만나지 않았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태양신과 함께- 지혜의 최고봉이라 불린관모와 킬트복장에 수염을 붙이고최초로 파라오가 된 여인하셉수트 여왕그녀는 황금의 나라 원정대가 가져온보물이야기를 이집트 벽화에 새겨 넣는다범람하는 나일강신전의 계단에 배를 묶고장제전으로 향하던 무거운 발길신라의 선덕여왕처럼 평화의 시대를 염원했으리라태초의 검은 물 뒤로 솟아난태양신의 사랑 속에 바쳤던 뜨거운 조국애신의 섭리로 키운 광야의 모세와 백향목깊고 향기로운 숲을 두고 떠난다수 천년 하계(下界)의 범선에서 내린 신은 이윽고 그녀의 감은 눈에 입맞춤잠의 계곡 비문에도 흐릿한 이름자를 부른다
[김수열 갤러리스트] 소장품이야기 40-김구림나의 소장품 중 가장 아끼는 작품을 꼽으라면 나는 스스럼없이 김구림, 이건용 선생님의 합작품인 곶감 작업을 꼽을 것이다. 나는 언론 매체를 통해서도 여러 차례 밝혔지만, 실험 미술가를 지원하는 갤러리리가 되겠다는 각오였다. 그런 점에서 나는 김구림 선생님에 대해서는 특별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 전위 예술의 양대 산맥으로 김구림, 이건용 선생에 대한 의견이 많다. 그런 점에서 나에게 두 분은 전설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2009년 12월 어느날, 김구림 선생님과 이건용 선생님이 한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