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에서 절개로의 변신, 타시스트 권기자.김종근 미술평론가거대한 전시장 공간에 100–200호 크기의 대형작품들이 여러점 이웃하여 자리하고 있다. 그 색채는 , 빨강, 파랑, 혹은 검은 색 바탕위에 다양한 컬러의 물감 색선들이 위에서 아래로, 좌우로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Natural (2011-16) 시리즈의 작품들이다.혹 감상자들은 이게 뭐지? 작가는 여기서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할까? 왜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물감들은 흘러내릴까 ?권기자의 작품 앞에서 서면 그런 질문은 언제나 가능하다. 그러나 이 작품들을 더 잘 이
최연하 사진평론가 '사진, 감응의 순간들'자기 안에 내적 리듬의 신비를 간직한 자만이 포에지이다.바로 그 리듬에 따라서만 그는 가시적이 되고 살아 있게 된다.왜냐하면 리듬이 바로 그의 영혼이기 때문이다. - 휠덜린적막, 웅성거림, 연하고 부드러운 소음, 투명한, 깨질 것 같은, 아련한, 달아나는 그림자, 꿈…김지숙 작가의 신작 가 내게 보여준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다가오고 사라지는 순간의 형상이 ‘가시’ 같은 것이었다. 나를 찌르고 상처 주고, 잘 아물기에 잊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다시
눈의 면벽面壁 - 장사익의 사진 작품Chiba Shigeo(千葉成夫) 치바 시게오 미술평론가 불가사의하게 매력적인 사진이다! 특이하고, 동시에 흥미롭다. 끌리지만 어째서 끌리는지는 확실치 않다. 사진의 피사체는 벽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벽의 한 부분만을 잘라내 다양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촬영대상이 된 벽은 실로 다양하다. 선이 주가 된 것, 구성이 중심이 된 것, 예전의 추상표현주의처럼 물감의 존재감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 유채화가 아니라 수묵화처럼 보이는 것, 나아가서는 피사체가 벽 위에 들러붙은 두꺼운 판
선과 도형으로 다다른 회화의 자의식반이정 미술평론가광활한 곡물 평야 위에 찍힌 동그라미 삼각형 따위의 기본 도형이 중첩된 문양을 창공에서 촬영한 신비한 광경. 세간에서는 이를 미스터리 서클이라 부른다. 이 불가사의한 광경이 권성원의 작업실에서 찍은 작품 사진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중 떠올랐다. 캔버스 가장자리에서 중앙을 사선으로 바라보면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이어진 물감의 선들이 흡사 곡물 평야의 질서 잡힌 배열과 닮았고, 그 위에 동그라미 삼각형 원뿔 네모 등 기본 도형들이 중첩된 패턴은 미스터리 서클을 떠올릴 만 했으며 그림의
영원한 시 (Poetey)를 쓰는 화가 김성로문화예술 평론가 손소운孫素雲지금까지 김성로가 작품화해 온 작품구도(Composition)는 평면분할구도라는 연상기법에서 주로 일관된 작업을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제주 현인갤러리 초대전의 주제 '사유로부터'는 혼합재료에 먹과 아크릴을 사용하여 분할구도라는 그의 기본적인 구도에 인간의 얼굴을 입체화한 새로운 입체분활구도의 그림이라는 데서 그의 의식의 변화, 즉 새로운 조형적 언어의 함축성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림이란 세상과 인간을 관류하고 있는 상관관계를 정립하고 모색하는
다나박의 새로운 산풍경 –파타고니아에서 파미르고원까지김종근 (미술평론가)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은 성리학을 사상적 바탕으로 조선 고유색을 추구하는 진경문화를 이끌면서 우리 산수의 아름다움을 고유의 회화미로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최근 다나박의 진부령 미술관 작품속에도 그 정신이 살아난다. 그는 실경산수를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 마음속에 풍경을 읽어내기 때문이다.다나박은 다른 구상 화가들이 보여준 다양한 기법들을 거부하고 애초부터 그가 본 풍경들을 손으로 그리는 그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고유한 화풍을 선보였다.그 풍경이나 모습이 참으로 겸
이희돈의 조형세계 ‘방법, 질료 그리고 변주의 미학’신항섭(미술평론가)한국 현대미술은 방법론이 대세를 이루어 왔다.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현대미술의 입장이다. 표현하는 방법, 즉 방법론은 표현기법과는 다르다. 기법이 세부적인 기술에 관한 문제라면 방법은 기법을 아우르는 일종의 표현지침이나 방향 그리고 내용까지를 포괄한다. 따라서 미술에서의 방법론은 창작활동과 관련해 전개되는 표현과정의 일체를 뜻하기도 한다. 기법이 세부적인 표현에 관여하는 데 반해, 방법은 미학적인 의미
인간을 바라보는 방문객의 시선 -이소윤김종근 (미술평론가)앤디 워홀의 수제자이며 바스키아와 키스 해링의 친구로 알려진 미국 최고의 인기작가 조지 콘도《GEORGE CONDO.1957-》는 그림이란 “대상의 겉모습보다 정체성의 본질을 그리는 것이 진정한 초상화다”라고 인간 초상화의 정체성 본질에 주목할 것을 요구했다.즉 조지 콘도는 단순한 외형이나 외관의 묘사가 인물화의 진실이 아니라, 그 정체성의 본질을 들춰내고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소윤의 작품들에서 그러한 인간의 본질을 파헤치려는 욕망이 읽히는 것은 우연보다는 필연에 가까울
기계적 세계에서의 소통이선영 (미술평론가)모든 작품에 회로도가 깔려 있는 배수영의 작품들은 편재하는 기계, 즉 기계적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기능으로의 환원, 그리고 냉정한 이해관계의 상징인 기계와 만물이 함께 하는 세계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그 거리만큼이나 도전은 다양한 차원의 시도를 요구한다. 전자기기에 뇌처럼 탑재되는 회로기 판에서 영감받은 배수영의 작품들은 사적 영역에 놓일만한 아담한 규모부터 공공영역에 설치되어 주변 환경을 아우른다. 자연과 문명을 포괄하는 소재들이 회로기 판을 구성하는 기호적 방식의 변주를 통해 일
우리가 잊었던 상하이의 화가 백철극- 1김종근 (미술평론가)“어느 시대나 비운의 예술가는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술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고난의 삶으로 당대에 크게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예술가들도 많다. 사회적 혼란기였던 한국 근대 화가들의 삶도 핍박한 경우가 많았고, 그 와중에 한국미술 서양화 1세대라 불리는 선두 그룹에 소외된 작가도 있었다.한국 근대 서양화 1세대로 김환기, 유영국, 장욱진, 남관 등과 함께 활동한 작가로 백철극(백간노미 1912-2007) 작가가 있다.” 한국 미술사에서 그다지 그의 존재나 작품
유벅의 역설적 자연 만들기김찬동 미술평론(전 수원시립미술관장)유벅은 투명한 유리나 캔버스에 곤충들을 유혹하는 물질들을 특정한 형상으로 바른 뒤, 주간엔 냄새로 야간엔 빛으로 곤충을 유인하여 긴 시간 동안 각양각색의 날벌레들을 모은다. 오랜 시간 집충의 과정을 담아내는 과정예술이기도 하고, 자연을 대상으로 한 자연예술이기도 하다.그가 추구하는 곤충 작업은 생명의 빛(태양)을 통해 푸르게 존재하는 공간 속에서 인공의 빛(전구)을 이용하여 자연 속의 생명들을 유인해 사멸시키는 구조를 만들면서, 자연과 인공에 대한 인간의 이중적 사고와 그
자연성, 길종갑 그림의 터전(畵田)박응주(미술비평가)곡운구곡(谷雲九曲)의 작가.엄밀하게는 2007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기간의 화가 길종갑에 대한 별칭이다.원래의 곡운구곡의 전설의 내력은 이러하다. 1668년의 강원도 평강 감사로 부임했던 김수증(金壽增1624~1701)은 춘천을 거쳐 화천을 지나다 이곳이 최고의 경승임을 알아보고 은퇴 이후엔 화천군 사내면으로 이거해 와 자신의 호인 곡운(谷雲)을 따서 지촌천의 물굽이 아홉 개를 곡운구곡이라 칭한다. 김수증은 당시 화가 조세걸(曺世傑1636~1705)에게 실경으로
문기전 작가의 의식과 현실에 관한 한 연구 '양자물리학의 시선으로 재구성된 인체 산수'조관용(미술평론가, 미술과 담론 대표) 신체는 우리의 생각이 반영되는가. 생각은 우리의 DNA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생각이 우리의 신체는 물론 물질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패러다임은 물질과 정신을 분리한 서구의 사유 철학의 이론들에 의하면 터무니없이 허황된 이야기에 불과 하다.하지만 관찰자의 관점에 따라 양자는 ‘입자’로도 ‘파동’으로 보이는 양자물리학의 이론에 의 하면 우리의 신체와 자연의 물질 간의 경계는 구분되지
피카소의 눈으로 본 마티스김종근 (미술평론가)그림에도 보는 법이 있다. 같은 화가의 그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작품이 뛰어날 수도 있고 평범 해질 수 있다. 전람회는 그런 그림 보는 기술에 있어 새로운 감상법을 요구한다.프랑스 유학 시절 나는 유럽의 미술관을 돌아다니면서 고흐와 고갱, 피카소는 물론 야수파와 마티스 걸작들을 신물이 날 정도로 보아왔다.그럼에도 어렵게 서울에 출장 온 이 명화들을 보는 일은 여전히 나에게 상쾌하기도 하고 가슴 뭉클한 행복한 시간 임에 틀림없다.그 자신의 작품들이 사람들에게 언제나 진정제
김인옥 작가의 '현실을 초월한 이상향의 세계'윤진섭 (미술평론가/호남대 교수) 최근 들어 김인옥의 화풍이 더욱 세련되면서 양식화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기다림의 미학’ 혹은 ‘동심의 세계’로 요약할 수 있는 그의 화풍은 화려하나 결코 야하지 않는 색채감을 통해 발현되고 있다. 그런 김인옥의 화풍을 요약하자면 나무의 표현에 있어서 원과 삼각형으로 귀결된다. 기실 작가에게 있어서 개성이 두드러지는 화풍의 수립이 결코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보는 것과 같은 독특한 화풍의 수립은 각고의 수련 끝에 얻어진 성과일 것이다. 같
장동문, ‘극사실의 세계 극렬한 사실묘사로 표현되는 역동적인 야성미’신항섭(미술평론가)말은 인간에게는 가장 친숙한 동물이다. 인간 삶에 다양하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가축으로 길들여지고 있을망정 결코 순치되지 않는 야성을 유지한다. 그런 야성이야말로 가축으로서의 영역을 극복하는 또 다른 매력이다. 특히 강인한 체구와 날렵하면서도 유연한 동작 그리고 수려한 자태는 문인 및 화가들에게 예술적인 영감의 대상이 되었다. 말이 인간으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이외에도 하고 많다. 장동문은 지난 십여 년 동안 말을 소재로 작업해왔다. 그
이경순 화백의 꽃과 인물남인숙(미술평론가/미학박사)1. 이인성과 이경순 이경순 화백은 1946년 이화여고를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제2회 46학번으로 입학하여 1950년 졸업한다. 이화백은 평생 후학양성에 힘쓰면서도 국전 20회로 입선 16회, 특선 4회 수상하였으며 여성국전초대작가를 역임한다. 현재 이화백은 목우회 고문이고 미협, 녹미회 회원이다. 노화가의 성실함과 진지함, 미술에 대한 열정에 대해서는 이미 이구동성으로 존경의 말을 모으고 있다. 전시장에서 두어 번 뵌 적이 있는 마당에 졸필로 선생님과 만나게 될 줄은 생각
물, 생명, 자연의 궤적을 좇는 순례, 남여주의 'Reflective' 연작조은영 '원광대 미술사 교수/ 현대미술사학회 회장'남여주의 세계는 물의 세계이다.생명과 자연을 투영하고, 반사하고, 묵상하는, 곧 “reflective”하는 물의 세계이다.태고부터 존재해 온 온갖 생명과 자연을 품은 우주가 물이라는 남여주 고유의 렌즈를 통해 투영된다.이는 캔버스 위에 아크릴과 레진(resin)과 비즈(beads)를 활용한 작가의 독자적인 방법론을 통해 반사되고, 우리로 하여금 작가와 함께 이를 묵상하도록 이끈다. 남여주의 물의 세계는 우리의
눈부신 돌담의 아름다움에서 입체조각까지 –이필언의 예술 60년김종근 미술평론가1941년 경남 언양에서 태어난 이필언 (본명 이채언) 화백은 한국 구상미술의 흐름에서 지나칠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작가이다.60여 년 동안 회화와 조각을 병행하며 그만의 독특하고 부조적인 회화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화가이기 때문이다.일찍이 1976년 목우회 공모전의 최고상, 그리고 1977년과 1978년 연이어 프랑스에서 가장 역사적이고 전통적인 구상회화의 공모전인 르 살롱에서 은상과 금상을 휩쓸면서 주목을 받았다.그는 이어서 1980년에는 대한민국 국전에
정남선의 호랑이 그림, 해학적인 이미지의 호랑이와 부귀영화의 상징 모란신항섭(미술평론가)2022년 임인년은 호랑이해인데다 흑호, 즉 검은 호랑이해이다. 검은 호랑이는 희귀해서 좀처럼 보기 어려우나 엄연히 실재하는 동물이다. 2년 전 인도 동부 오디샤주에서 아마추어 사진가에 의해 발견되어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된 일이 있다. 오늘날 인도에 7마리 정도의 흑호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할 뿐, 정확한 수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이처럼 희귀한 흑호의 해를 맞이하여 호랑이를 소재로 한 그림이 적잖이 미술계를 장식할 것으로 짐작된다.세화로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