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의 고시원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사상자 대부분은 일용직 노동자나 기초생활 수급자들이었다. 불이 난 3층의 대피용 완강기는 무용지물이었고 하나뿐인 출구는 불길에 막혔다.35년 된 건물이라 스프링클러도 없었고 현행법상 설치 의무도 없었다. 겨울철은 다가오는데 다중 이용시설 화재 예방 대책이 걱정스럽다. 넓이 6㎡ 안팎의 방 수십 개가 다닥다닥 붙은 고시원은 불이남ㄴ 대형사고로 번질 우려가 크다. 자유업으로 분류돼 소방시설 기준도 엄격하지 않고 관리 감독도 허술하다. 그럼에도 서울의 고시원 5480여개 중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가 인사청문회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임명을 강행했다. 문 정부 출범 이후 장관급 후보로 지명된 현역 의원에 대해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것은 유 장관이 유일하다.그만큼 결격 사유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날 청와대는 “유 장관은 국민 눈높이에 비춰 결정적인 하자가 없다.”며 “야당 반대가 일반 국민의 여론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반대편과는 소통하지 않는 청와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유 장관에게 우리나라 교육정책을 맡기겠다는 대통령의 결정이 걱정스러운 것은 유
2차 대전이 끝나자 소련이 터키에 옛 러시아 땅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소련군 기지도 말대로 지을 태세였다. 터키는 영국에 SOS를 쳤지만 힘에 부쳤다. 이때 트루먼 독트린이 나왔다. 1947년 트루먼 미 대통령은 “공산주의 확대를 막겠다.”며 터키와 그리스에 4억 달러 군사·경제 원조를 했다. 터키는 소련의 지중해 진출을 막는 요충지였다. 터키는 2차 대전은 중립으로 냉전은 친미로 안보를 지켰다. 터키 남부 인지를리크 공군기지는 미군이 가장 중시하는 해외 교두보다. 이라크, 시리아와 가까워 걸프전, 이슬람국가(IS) 격퇴 전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여, 야 5당 원내대표와의 청와대 오찬해동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비례성 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5당 원내대표들은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이 자신의 뜻을 분명하게 밝힌 지금이 국회가 한정 없이 외면해온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시동을 걸 적기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대통령이 입장을 내면 국회에서 논의하는 데 장애가 될까 봐 망설여졌다.”고 말했듯이 선거제 개편은 철저히 국회의 몫이다. 그런데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축구 3-4위전에서 한국이 일본과 붙었다. 비등할 거란 예상을 깨고 우리가 2대0으로 이겼다. 일본 측이 뼈 있는 말을 했다. ‘군 면제 받으려고 뛰는 한국팀은 당해낼 수 없었다.’ 미국 TV도 툭하면 병역 얘기를 꺼냈다. 몸싸움이 벌어지면 “한국팀이 악착같이 덤빈다.”고 하고 경기 뒤엔 “군대 안 가게 된 걸 축하한다.”고 비꼬았다. 얼굴 화끈거린다는 고민이 많았다. 아시안 게임도 상황이 비슷했다.영국 BBC가 한국 축구팀 소식을 낱낱이 보도했는데 “토트넘 손흥민은 군 면제를 위해 참하가호 있다.” “손
지난해 1년간 해외에 공장을 세우거나 설비 증설 등을 한 중소기업이 1884곳으로 5년 전보다 700여 곳이 늘어났다. 해외 투자 금액은 3배로 늘었다. 그사이 국내 투자는 3분의 1이상 줄었고 일자리도 같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무슨 글로벌 시장 전략이 있어서 해외로 나가는 게 아니라 인건비 부담과 기업하기 힘든 환경을 피해 살길을 찾아 생존의 탈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금형 업체의 경우 국내공장 노동자 월급은 212만원인데 인도네시아에 세운 공장에서는 47만원만 주면 된다고 한다. 기업이 해외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김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 3월 말 베이징, 5월 초 다롄 방문에 이은 세 번째 방문이다. 과거 김정은이 방중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야 소식을 전하던 중국 매체들은 이례적으로 김정은의 전용기가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1박 2일 방중을 타전하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국제 정세 변화에도 북-중 관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중은 한미가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중단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직후에 이뤄졌다.김정은의 방중은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일인치도 동쪽으로 가지 않겠습니다. 제임스 베이커 미국 국무장관은 1990년 2월 소련의 고르바초프를 만나 다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동유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소련은 자신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동유럽이 나토에 참여하는 걸 최대 안보 위협으로 간주했다. 미국은 이 같은 소련의 안보 우려를 불식시켜야 소련이 독일을 지지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고르바초프는 독일 통일을 승인했다. 이제 소련과 미국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과제가 남았다. 베이커는 석달 뒤 고르바초프를 다시 만났다. 우리의 목적은 동유럽과 소련
헌법재판소는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군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 준 복무를 다른 의무로 대신할 수 있도록 병역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정부와 국회더러 내년까지 ‘대체복무제’를 마련하고 병역 대상자가 대체복무까지 거부할 때만 처벌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군 복무는 국민 개병제를 근간으로 하는 국민의 헌법적 의무다. 그러나 한편으로 양심의 자유 영역에 해당된다고도 볼 수 있는 종교적 병역 거부를 법으로 처벌해 매년 수백 명의 청년을 병역 기피 전과자로 만드는 것이 옳으냐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징병제
1929년 뉴욕 부활절 행진에서 젊은 여성 30명이 일제히 담배를 피웠다. 주요 신문들은 “공공 장소의 흡연은 여성답지 못하다는 인식에 도전한 해방운동”이라고 평가했고 여성 흡연율은 치솟았다. 하지만 이 캠페인은 ‘홍보의 아버지’라는 에드워드 버네이스가 담배 마케팅을 위해 벌인 조작극이었다. 여성들이 자유의 횃불이라며 들었던 담배는 고스란히 담배 회사 수익이 됐다. 담배가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였다. 버네이스는 뒤늦게 후회하며 금연 캠페인에 앞장섰다. 하지만 끊게 하는 것은 피우게 하는 것
김명수 대법원장이 ‘양승태 대법원’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연루 인사들에 대한 고발·수사의뢰 여부는 법원 안팎 의견을 종합한 뒤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이 공식 사과한 것은 당연한 일이나,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조치 방침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것은 유감스럽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 보고서가 나온 지 이미 엿새가 지났다.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사법농단 앞에서 국민의 분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언제까지 의견 수렴만 할 것인가! 김 대법원
일부 경제학자의 소수설인 이른바 ‘소득주도형 성장론’ 실현이 한국에서 시작된 지 일 년이 됐다. 이 실험의 핵심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다. 그런데 경제부총리가 이로 인해 고용 감소가 일어나는 역효과를 사실상 인정했다. 일자리 상황 악화를 입증하는 통계가 잇따르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식당, 편의점처럼 최저임금에 민감한 도소매와 음식, 숙박업 일자리가 급감하고 있다. 고용 현장에선 인건비 부담을 못 견뎌 직원을 내보내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속출한다. 모든 통계와 현장 상황이 일관되게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을 말해준다. 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어린 시절 진주의 조부모 집을 오가며 자랐다. 어느 날 지나가던 스님이 물 동냥을 왔다가 소년 구본무와 마주쳤다. 스님은 소년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어허, 저기 돈 보따리가 굴러다니네.” 부자들은 넘쳐나는 재계에서도 그의 얼굴상은 으뜸으로 쳐줬다. 허영만의 만화 ‘꼴’에서도 돈이 따라붙는 만석꾼 관상으로 등장한다. 스님의 관상풀이대로 구 회장은 평생을 돈 보따리를 끌어안고 살았다. 하지만 일상은 남을 먼저 배려하는 소탈한 에피소드로 넘쳤다. 무조건 20분 전에 약속 장소에 나가는
북한이 열기로 한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북-미 정상회담도 취소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회담약속을 10시간 남겨두고 전통문을 보내 한미 연합 맥스선더 공군훈련을 ‘북침 전쟁소동’이라고 주장하고 “미국도 조미 수뇌상봉의 운명애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나아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내세워 “일방적 핵포기만 강요하려 드는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갖지 않을 것”이라며 다음 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의 ‘재 고려’까지 거론했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강경모드는 일단 고전적인 협상 수법으로 보인다. 협상력을 높이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이 문안으로 들어오지 말라.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세운 아카데미아 정문에 써 있었다는 글귀다. 기하학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학문 중 하나다. 기원전 6세기 피타고라스가 증명한 정리를 여전히 배우고 있다. 기하학은 토지의 측량을 위해 도형의 원리를 논리적으로 연구하면서 시작된 학문이다. 기원전 3세기 유클리드가 집대성한 이후 고대 그리스에서는 기하학이 논리를 배우는 기초학문으로 여겨졌다. 역사는 오래됐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 집단 기술의 기초 학문으로서의 입지는 더 튼튼해지고 있다.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과
1920년대 한국인 평균 수명은 37.4세였다. 10년 후 40.9세로 늘었다. 불과 100년 전 마흔 안팎의 나이로 노인행세를 했고 그런 대접을 받았다. 소설가 이무영이 1950년대 소설에서 묘사한 일흔 노인의 모습은 이렇다. 허리는 불에 튀긴 새우 꼴, 손가락은 갈퀴 발, 손등은 기름기 뺀 가죽... 지금 우리 주변에서 그런 고희 어른은 보기 어렵다. 한국은 지금 평균 수명 83세 사회가 됐다. 그러고도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 하는 중이다. 1960년대 아프리카 민속학자가 말했다. ‘아프리카에서는 한 노인이 숨을 거두는 것은
세계 각지의 표준시는 영국 그리니치천문대를 기준으로 정한다. 만국지도회의는 1884년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경선을 본초자오선으로 삼아 경도 15도를 벗어날 때마다 한 시간씩 시차를 뒀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지역이 다르더라도 같은 표준시를 사용한다. 하지만 미국 캐나다, 러시아와 같이 국토가 동서 방향으로 이어진 국가에선 여러 개의 표준시를 쓰고 있다. 표준시는 정치적 목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중국은 1949년 공산혁명 이전까지 지역별로 5개의 시간대가 있었지만 마오쩌둥이 집권한 이후 베이징 시간을 표준시로 정하고 시차를 없앴다
“창밖의 밤비가 속살거려 육첨방은 남의나라”로 시작하는 윤동주 시인의 “쉽게 쓰여진 시”는 시인이 25세 때 일본 릿쿄대 유학 중에 쓴 시다. 일정강점기 무기력한 삶에 대한 식민지 대학생의 고뇌와 극복 의지가 드러난 시다. 육첨방은 다다미가 여섯 장 깔린, 요즘 기준으로 말하면 9.9㎡(3평)도 안되는 작은 방이다. 지금도 많은 대학생들이 육첨 크기의 월세 방에서 고달픈 현실을 뛰어넘기 위해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새 학기마다 대학가는 방 구하기 대란이다.서울 주요 대학 주변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에 50만원 안팎의 월세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동평양 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의 단독 공연 ‘봄이 온다.’를 부인 리설주와 함께 관람했다.북측 최고 지도자가 남측 공연을 직접 관람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공연이 끝난 뒤 남측 출연진과 만나 “문화예술 공연을 더 자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봄이 온다.’고 했으니까 여세를 몰아 가을엔 ‘가을이 왔다.’ 하자”면서 “이런 자리가 좋은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고 했다. 조용필, 이선희, 걸 그룹 레드벨벳 등 11팀으로 구성한 남측 대중 예술인들의
“정의가 이뤄졌다.” 26일 현지 시간 미국 메어저리그의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네베스트 클먼을 구장 관리인으로 다시 고용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렇게 밝혔다. 콜먼은 1994년 살던 건물 지하에서 강간·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갇혔다가 진법이 잡혀 지난해 11월 풀려났다. 23년 반이었다. 석방 당시 “햄버거 먹는 것”과 “야구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소원이라던 그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다. 하루 뒤인 27일 우리 대법원은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에게 징역 15년을 확정했다.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 택시가 전북 익산 약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