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수 미술평론 '김승환 사진전 'Pills'김승환의 작품은 언뜻 보면 알약을 소재로 삼았을 뿐인 원색의 조형 사진이다. 수천, 수만 개의 알약들을 나열, 구성하여 총천연색 패턴을 만듦으로써 마치 추상 사진 같은 작품을 만들었다. 그런데, 왜 하필 알약인가? 작가는, 약물(알약)이 함의하는 현대인의 '정신적 멘탈의 문제'를 시각화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약이 인체에 미치는 다양한 효과 중 환각이나 중독, 더 나아가 인간 정신계의 패턴을 형상화하여 만든 이미지라는 말이다.작가의 이 같은 메시지의 이미지화 작업은, 그의 초기 사진에 등장
이원태의 회화 ‘경계를 넘어 경계를 열고, 차원을 열고, 세계를 여는’ 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 작업에 대한 작가들의 착상은 실로 다양한 곳으로부터 온다. 우주와 자연, 일상과 사회, 역사와 일화, 사건과 사고, 가상과 실재, 도덕과 윤리, 태도와 관념, 수행과 이념, 우연과 필연, 욕망과 상상력, 유희와 놀이, 자기반성적 사유와 때로 미술사적 형식논리와 같이 그 출처는 삶의 질이 복잡한 만큼이나 다종다양하고 예술에 대한 정의가 무색한 만큼이나 종잡을 수가 없다. 생각하는 동물답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
이은기, 서양미술사가, 목원대학교 명예교수대학원 수업에서 그, 유영교를 만났다. 나는 공부 좋아하는 미술사 전공의 학생이었고, 그는 군대도 졸업하고 국전에서 큰 상도 탄 조각가였다. 이 만남이 평생을 이었다. 버스 뒷자리에 나란히 앉으면 그는 도사같은 말을 자주 하였다. “항상 기뻐하라. 매사에 감사하라” “예수님이 공생활을 시작한 나이가 30세 즈음이다. 석가모니도 29세에 출가하셨다.”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뭔 말인가 의아했다. 토요일 이른 아침엔 노자의 도덕경을 읽는 모임에 가곤 했다. 하숙집에 가보니 『성경』,
민화의 전통을 넘어 k-아트 한류로 가는 길 -김민성 민화란 조선시대 후기 우리 서민들이 생활공간의 장식을 위주로 생활과 풍습에 따라 그려지고 쓰여진 실용적인 그림을 지칭한다. 이런 민화의 특징에는 공통적인 주제가 있었다. 무병장수, 부귀공명, 다산은 물론 벽사구복 등 다양하다.이 모든 바램은 소시민으로서, 인간의 소박한 희망과 꿈들을 담아내는 간절한 심경이다.바로 민화가 서민들의 삶에 대한 모든 의식 외에도 일상생활의 희로애락 등 그들의 세계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실증적인 사례이다.기본적으로 김민성의 작품들도 이러한 성격과
강원제의 끝이 없는 게임 'Games Without End'황수경 (독립기획자)대상을 그려내기보다 그리는 행위(과정)에 집중하며 화가의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강원제 작가는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변수를 마주한다. 완성보다 그것을 지속하는 행위를 통해 회화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하기에 그의 시리즈 작업은 완성이라는 어느 한 지점에서 의도적인 훼손과 해체를 통해 새로운 작업으로 재-생성하고 있다. 소우주와 같은 캔버스에서 파생된 조각들은 원본의 형체가 사라져 가는 과정에서, 멀어지는 은하의 틈을 채우려 무(無)에서 생겨
찻잔과 고래, 무용(無用)과 비지(非知)의 세계 황인(미술평론가)곽훈이 이번 예화랑 전시회에서 내놓는 작품들의 주제는 찻잔과 고래다. 한국에서 활동하던 곽훈은 미국으로 이주하여 찻잔 그림으로 미국 화단에 데뷔하였다. 이때 등장한 찻잔 그림은 지금까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찻잔 연작은 10년만에 그린 것들이다.고래는 최근에 나온 주제다. 2012년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특별전 ‘곽훈 : 시, 다, 선’에서 찻잔 드로잉 연작과 고래뼈 오브제로 이루어진 ‘관조’라는 제목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이때 실제의 찻잔 100개
자연의 구도자 '김인태 사진전 선율(旋律)'김승곤(국립순천대학교 석좌교수) 미국의 서부는 미국인에게 있어서 지정학적 관점에서 만이 아니라 정신적 의미를 지닌 상징적인 장소다. 많은 이민자와 개척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증명하는 모험과 도전의 땅이자 미래를 약속 받는 기회의 땅이다. 회화적인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선명한 초점과 풍부한 톤을 특징으로 하는 엄격한 사진의 태도를 지향한 F/64의 등장 이래, 미국 서부의 자연경관은 사진의 독자적인 메커니즘을 통해서 예술을 추구하려는 풍경 사진가들에게 있어서 성지로 자리 잡아 왔다. 서
정회윤의 옻칠 회화 '사막에, 소금호수에, 버드나무에, 세상 끝에 서다' 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현대인은 상실의 시대를 산다. 신을 상실하고, 중심을 상실하고, 유년을 상실하고, 고향을 상실하고, 원형을 상실하고, 자연을 상실하고, 자기를 상실한. 상실감이야말로 그가 다름 아닌 현대인임을 증명하는 징후며 증상인 시대를 살고 있다. 다만 그 경우와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상실감이야말로 현대인의 보편적인 세계감정이라고 해야 할까. 환경결정론자들은 시대 감정이 예술(그리고 예술형식)에 연동된다고
러시아 출신의 유대인 화가 마르크 샤갈은 색채의 마술사와 색채의 시인으로 불린다. 그런 샤갈이 평생 그린 화폭의 주제는 고향, 사랑, 그리고 성서이었다. 환상적인 색채와 상상력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던 샤갈은 고향 비테프스크에 대한 그리움과 아내 벨라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인생의 황혼기에 성서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그리면서 더욱 사랑을 많이 받았다.그 그림들은 모두가 삶의 구원과 인류의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성서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샤갈은 고개를 숙이며 “나에게 성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위대한
그림자를 통한 새로운 시선예술가는 이런 존재가 아닐까? 화가들은 매일 매일 그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자신의 예술적 안테나로 높게 달아 놓아 수신한다. 그리하여 안테나에 걸려든 이미지들을 채집하여 화폭 위에 모아놓는 “여러 사물의 수신기”는 아닐까? 모든 예술가는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여러 감각과 메시지들을 자기가 명령하는 대로 창조해 내는 숙명적인 존재이다. 김정선은 이러한 측면에서 매일 서로 다른 주파수의 안테나를 세워놓고 끊임없이 자기의 존재를 확인하는 전형적 부류에 속한다. 그의 블루 그림자를 기억하는 사람
나무들의 표정, ‘그 풍경의 파노라마’ - 심수구 (1949-2018)김종근 미술평론가심수구의 작업은 무엇보다 우리를 숨막히게 한다. 거대한 규모의 패널 위에 꼼꼼히 박혀진 나무들. 그들을 보는 것은 그래서 숨막힐 정도로 질식 할 것 같은 쾌감을 준다. 그런 이유로 그의 작품은 놀랍기도 하다. 한결같이 그는 산등성이에 있는 크고 작은 싸리나무 혹은 갈대, 배나무 등을 길이 3cm로 자른다. 그리고는 그 조각들을 나무 패널 위에 하나하나 붙여 나간다.그 무수한 수백, 수천 개의 나뭇조각들은 점점 하나의 거대한 풍경으로 되살아나, 마침
감각적인 필치로 표현하는 자연미(김자옥 초대전)신항섭/미술평론가이번 전시는 풍경화만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인상주의를 표방하는 그의 조형세계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사실주의에 기반을 둔 치밀한 묘사력으로 작가적인 역량을 다져온 그가 인상주의적인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게 된 것도 자연미에 대한 주관적인 인상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리라.속도감을 수반한 붓 터치는 경쾌하면서도 유연하게 움직인다,적당히 고조된 미적 감정은 감각적인 형태미에 신속하게 반응한다.이때 맺힌 데 없이 자유롭게 전개된 리드미컬한 필치는 사실
”전통과 현대의 혼성적 왈츠, 화엄세상을 향해 가는 배“이건수 (미술비평) 현대 한국화의 전개 과정 속에서 성태훈은 새로운 한국화를 모색하고 실험하는 ‘한국화의 누벨바그’, ‘퓨전동양화’의 중심 세대라 할 수 있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서구화의 위세 속에서 전통적인 소재와 기법으로 안온한 자세를 취하던 한국화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했고, 1980년대 초중반을 시작으로 지필묵의 재료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실험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재료적 한계의 극복뿐만 아니었다. 수묵정신을 숭상하는 수묵의 고답적 경향을 탈피하는 민중의 언어
아이덴티티 시리즈, 사모곡 잇는 내면적 자아에 대한 관조 글_김윤섭(미술평론가,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아이덴티티(identity)는 라틴어 ‘identitas’, ‘identicus’를 변형한 형태로 ‘동일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전적으로 아이덴티티는 ‘본래의 성질’ 또는 ‘본래의 가치’를 의미한다. 아이덴티티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이다. 반면 이미지와 평판은 ‘남이 생각하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단순하게 아이덴티티를 정의해 보면 ‘내가 정의하는 나 자신’이다. 즉, ‘Who am I?’
신항섭(미술평론가) 몽골은 고원지대이다. 평균 해발 1,500m에 달하는 사막과 고원 그리고 초원으로 이루어졌다. 해발이 높다 보니 동식물 생태계 또한 제한적이다. 극단적으로 춥고 더운 기후에 적응하는 동식물의 분포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특히 남서쪽 사막 지역을 제외한 동쪽과 북쪽의 겨울은 혹독하기 이를 데 없다. 척박한 자연환경은 몽골인의 삶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양과 염소, 말, 소 그리고 낙타와 함께 사는 게 유목민의 생활 전통이다. 그래서인지 몽골 화가들의 그림 또한 가축과 어우러지는 삶의 모습이 큰 부분을 차지한
빛과 결의 세계, 고향에서 추상 정신까지 – 이춘환의 근작 예술가에게 있어 가장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단어는 무엇일까?수묵화에서 출발하여 철학적 작품세계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서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한 이춘환 화백의 영혼 속에는 그 향수를 일으키는 “고향”이 있었다.그간 작가의 30여 년 작품활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정열적이면서 치열하다. 무엇보다 안주하지 않으면서 쉬지 않는 창작활동은 이미 그것만으로도 두 사람의 화가 이름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한 사람은 수화 김환기 또 한 사람은 색채의 마술사 화가 마르크 샤갈이다.초기
권순욱의 회화신항섭(미술평론가) 그림 그리는 일은 행복할까? 생뚱한 질문 같지만, 행복하지 않고서야 어찌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그러고 보면 그림 그리는 일은 행복을 나누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행복한 기분으로 그린 그림이니, 보는 사람 또한 행복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보편적인 소재 또는 주제라면 행복의 아우라는 한층 커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림으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는 일이야말로 축복받은 삶이 아니고 무엇이랴. 권순욱의 작업을 보면서 인간의 조형적인 상상력이 얼마나 풍부한 것인지 새삼 실감한다. 지
김태희 작품세계 ‘사각형을 기본 단위로 하는 아름다운 집적의 미’ 신항섭(미술평론가)현대미술에서 전면회화는 빈번하게 나타나는 회화양식이다. 화면 전체를 균질한 질감 또는 그에 상응하는 이미지만으로 채우는 표현방식이다. 다시 말해 특정의 이미지가 중심을 잡는 게 아니라, 같은 이미지의 나열이나 초점이 없는 화면구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방법론을 중시하는 한국 현대미술에서 전면회화는 하나의 경향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동일한 이미지의 반복과 나열이라는 방식을 통해 화면 전체를 채우는 작업이다. 이렇듯 화면의 균질성은 한국미술계에서는
신항섭(미술평론가)현대미술의 가장 큰 공로는 재료를 개방시켰다는 데 있지 않을까. 캔버스 위에 그 무엇을 부착하더라도 하등 이상하게 여기지 않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수백 년 동안 캔버스를 채워온 기름 물감, 즉 유채의 영역에서 벗어나 마침내 세상의 그 어떤 물질도 용인하게 된 건 현대미술의 가장 큰 성과이지 싶다. 재료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났을 때 작가의 상상력은 날개를 달고 무한공간을 자유롭게 유영하게 된다. 현대미술이 세상을 장악하게 된 건 창의성을 부추기는,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하게 된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최순민
김종근 미술평론가이경화 작가의 작품에 모티브는 과일이다.그 열매의 특징은 첫인상에서 간결한 형태로 생략된 과일의 형상을 조형적 추상으로 보여준다. 그 형태의 이미지로는 그것은 사과일 수도 복숭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작가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은 그 과일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과일의 형상이 지니는 형태와 개념의 진실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과일을 면으로 나누고 그 분할을 서로 다른 색채로 조형화시키며 화면을 완성한다. 그리고 그 이외의 공간은 주로 검은색의 공간으로 마치 검은 여백처럼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