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예현 '제주바다의 힘과 얼'이경모/미술평론가(예술학박사)제주바다는 고예현 작업의 필생의 화두인 듯 하다. 그의 제주바다는 1회 개인전 이후 한동안 화필과 거리를 둔 뒤 다시 개인전을 연 10여년전 ‘그리움 저편’에 존재하던 제주바다를 발표할 때부터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당시 그의 제주바다는 한동안 작가의 시선에 투영된 현상적 모습은 물론 그가 마음 속에 담아왔던 심상적 그리움까지 담아낸 ‘빛과 에너지의 총화’라 일컬을 수 있는 작업이었다. 이는 제주바다의 보편적 아름다움에 집중하고 그리움을 소환하여 이를 간직하고자 하는 미적 욕
태초의 산이 전하는 ‘신화 속 창조적 원형’을 만나다 '이정희 개인전 '풍경''글_김윤섭(아이프미술경영 대표, 미술사 박사)하늘과 땅이 생겨난 맨 처음, 태초에 산이 있었다. 그것은 하늘과 대지를 잇고, 대기의 숨결이 탄생하는 곳이다. 아마도 시원의 역할을 하는 ‘신화 속 창조적 존재’의 출현일 것이다. 이정희의 도조 작품은 시간을 초월한 절대적 시점인 ‘태초(beginning, 太初)’의 산에 대한 인상을 담아냈다. 마치 사유의 바다 위를 항해하고 있는 것처럼, 명상적인 고요함마저 감돌고 있다.태초에 대한 대표적인 이야기는 성경
유목민적 예술가의 욕망 언어-Jay의 다양성 김종근 (미술평론가)많은 예술작품 앞에서 사람들은 예술의 존재에 관하여 묻는다. 예술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 물음에는 천 개의 대답이 가능하다. 작가의 입장과 보는 감상자의 시각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예술가란 결국 를 잘하는 사람이며, 예술가는 충족되지 않는 자기 욕망을 미적으로 승화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예술가는 어떻게 욕망을 승화하는가? 그는 모른다고 말한다. 다만 예술가 역시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충족되지 않는 욕망이 있으며, 그 욕망을
장미 꽃에 온전하게 빚진 우아한 꽃들 -김수현 작가김종근 (미술평론가)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는 “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겐 어디에나 꽃이 피어있다”라고 했다. 작가 스스로가 어느 특별한 사물에 관심이 있다면, 그 모티브에 대하여 화가의 눈은 언제나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김수현 작가의 작품에서 제일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그가 향유하고 싶어 했던 애정의 장미 꽃다발이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작가는 장미꽃에 관한 전령사나 홍보대사처럼 다가온다.주목할 만한 네 번의 개인전 모두가 꽃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 이것을 강렬하게 증명
늘, 새로움의 풍경-나강 개인전 'Don’t Worry, Be Happy'평론 고연수풍경-그리는-화가나의 작업 속에서 지키고자 한 큰 룰은 작품의 형식을 가리지 않되, 자연과 일상의 아름다움을 순간적으로 포착하고 대상의 특징과 의미를 다양한 색채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하늘 위에서 지상을 바라보는 듯 한 쉽게 접할 수 없는 시점의 화면 구성을 하여 공간감과 몰입감을 부여하고 그 안에서 삼삼오오 거니는 사람들의 즐거움과 행복을 담으려 했다. 나는 그린다. 작지만 행복했던 소중한 기억을.-작업 노트 중- 광활하게 펼쳐진 푸른 들판에
임전 허문의 운무산수화신항섭(미술평론가)수묵산수화에서는 새로운 화법이 나올 수 없는 것일까.수묵산수화에서는 새로운 화법이 나올 수 없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명료한 답을 제시하는 임전 허문은 전통적인 수묵산수의 기법을 초월하는 독자적인 선염기법의 를 창안했다. 조선시대와 근현대 수묵산수는 관념산수 및 실경산수로 양분된다. 그 사이에 겸재 정선을 중심으로 하는 진경산수가 나오기는 했으나, 오늘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는 것은 관념산수 및 실경산수이다. 한국 수묵산수화는 이 두 가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운림산방의 전통문화 가치와 미술사적인 위상신항섭(미술평론가) 한 화가를 기점으로 하여 그 5대손까지 200여 년의 화업을 이어오는 건 세계미술사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일 터이다. 피를 대물림한다는 말이 있는데, 단순히 혈연관계의 지속성을 의미하기보다는 특정의 재능이나 기술이 대를 이어 면면히 이어져 간다는 뜻에 가깝다. 특히 보편적인 재능이나 기술이 아니라 창의성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예술이라는 분야에서 대를 이어간다는 건 아주 희소한 일이다. 단순한 기능이나 기술의 전수로 이어지는 전통공예가 아닌 순수한 창의성을 기반으로
빛을 향한 빛의 언어와 축복의 메시지 -서숙양김종근 미술평론가“나는 나를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유년 시절에 시작되었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하여 예술을 추구할 뿐이다.”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쿠사마야 야요이의 예술에 관한 철학이었다.씨앗종묘상의 딸로 태어난 그는 무엇보다 호박 그림을 모티브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펼쳐 나가면서 그 호박에 대하여 매우 흥미 있는 말을 남겼다.“호박은 애교가 있고 굉장히 야성적이며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끝없이 사로잡는다.나, 호박 너무 좋아, 호박은 나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마음
연분홍 연심(戀心)조정육, 경상국립대 교수, 미술평론가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오랫동안 관찰하다 보면 화풍이 변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의 작품세계는 터닝포인트가 되는 그 지점을 중심으로 시기를 나눌 수 있다. 이를테면 피카소의 작품을 청색시대, 장미시대, 입체파시대 등으로 나누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물론 한 시기의 화풍이 다음 시기로 넘어갈 때 앞 시기와 단절될 정도로 갑자기 확 바뀌지는 않는다. 앞 시기의 화풍은 다음 시기의 화풍과 맞물려 있기 마련이고, 그러면서도 앞 시기와는 다른 새로운 화풍으로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참혹한 아름다움 '최예태 미학의 비밀' 서승석(미술평론가, 불문학박사)빛은 어둠으로부터 온다. 색채는 빛으로부터 온다. 태양으로부터 우리 눈에 당도하여 빛이 색채로 인식되기까지, 빛은 우주 속에서 8분 20초 동안 허공을 여행하며 오존층, 공기와 먼지 속을 통과하며 산란해서 우리 시각에 무지개빛을 선사한다. 일찍이 괴테가 『색채학』에서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라고 규명하였듯이, 빛은 긴 여행 중 산고의 고통을 치르고 비로소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적색과 청색, 그리고 녹색이 주조를 이루며 비교적 명도와 채도가 높은 색을 선
가슴으로 느끼며 생각하는 성스러운 그림 - 손문자김종근(미술평론가)미술이 어떻게 해서 생겨나게 되었는가에 대한 미술사의 궁금증은 언제나 종교적인 감정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원시미술 이래 미술은 오랫동안 종교에 봉사하는 역할을 담당 해 왔고 중세에 들어서서 종교와 미술을 꽃을 피웠다. 프레스코 벽화로 불리는 이태리 로마의 카타콤브 미술은 기독교 박해시대의 초기 기독교미술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미술양식 이었다. 그 이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이 종교를 테마로 훌륭한 미술작품을 남겨 미술과
자연의 생명으로부터 체득한 자유형식서로 다른 이질적 소재를 융합시킨 새로운 시도 박명인(미술평론가·한국미학연구소 대표) 예술이란 생물과 같이 저절로 만들어지거나 모습을 바꾸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창작으로부터 감상자에 이르는 모든 위상이 창조성에 의해 만들어진 후에도 높은 가치를 실현하는 지향성이 있다. 이를 수용하고 초극(超克)해 나감으로써 예술은 발전해 왔고, 주관적인 창조성이 개개인의 심미의식에 의해 다양하게 완성되었다. 특히 현대조각사를 보면 금속조각이 시작된 것은 산업경제가 활발해지면서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브론즈나
원초적 기억에서 찾는 글로컬리즘의 길 -고민철 개인전 ‘제주적 추상’전에 부쳐 미술평론가 김유정 존재를 드러내는 행위로서의 추상 어떤 그림이라도 화면에 눈을 점점 가까이 댈수록 형체는 모호하게 나타난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겹치거나 반복되는 선들과 색채의 음영(陰影), 내가 한 눈에 보았던 사물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만드는 평면의 어지러운 흔적들뿐이다. 거기에서 우리는 그렇게 확실하게 보이던 사실적인 형상이 하나의 속임수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당황하게 된다. 어떤 3차원의 입체적인 대상에 대해 믿었던 확신이 무너져 그것이 2차원의 평면
Hysbergue, Remy-'abstraites, givrees'(프랑스 추상화 작가)홍가이 미술평론 "그는 패션이나 만화책과 같은 다양한 소스에서 영감을 받아 繪畵(painting)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는 과잉과 정제, 가득 찬 것과 거의 비어 있는 것 사이, 無作爲的인 붓움직임 (brushwork)을 순전히 aleatoric하게 움직인다. 그는 두꺼운 임파스토에서 시작하여, 예측할 수 없는 빠르고 느린, 세고 약한 터치의 불규칙한 리듬으로 매끄러운 붓질을 aleatoric하게 무작위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
우주를 집어삼키는 나 '추은영 Black Hole Cygnus X-1'에 부쳐 -“우주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가르쳐주는 것은 거대한 고독뿐이다.”- Albert Camus[이재걸 미술평론] 백조자리 X-11964년에 발견된 ‘백조자리 X-1(Cygnus X-1)’은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X선 천체 중 하나이다. 거리가 약 7,200광년으로 지구와 가장 가까운 블랙홀이기도 하며, 스티븐 호킹과 영화 《인터스텔라》의 과학 자문을 맡기도 했던 킵 손(Kip Stephen Thorne)이 1974년에 이것의 정체를 두고 내
인터스텔라, 너와 내 안의 빛(나비킴 작가)이건수 미술비평·전시기획나비킴은 빛의 본질을 나비라는 형상 속에서 발견하였다. 이때 나비는 빛 자체이면서 빛을 드러내는 매개로서 작용한다. 나비는 빛의 근원에 도달하고 빛을 감지할 수 있게 하는 모티프이다. ‘숨’을 뜻하는 ‘프쉬케(psyche)’의 본래적 동의어인 나비는 인간의 영혼, 혼의 부활을 상징하는 이미지이기도 하지만, 그의 화면 위에서 점멸하는 나비 형상은 단순한 나비의 재현이 아니라 빛과 색의 혼합체로서 “빛나는 색”을 상징적으로 표상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특히 토마스 아퀴
사물들에 대한 애도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처음에는 분재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재 전시장에서 접하는 자연을 인위적으로 축소 시킨, 온갖 희한한 형태로 꾸며진 ‘예술적인 분재’의 외형을 연상시키거나 익숙한 정물화의 패턴을 따르는 이 작업은 실은 작가가 연출해 만든 상당히 낯선, 허구적인 정물 사진이다. 또한 사진이라고 했지만 그게 그렇게 단순한 사진만은 아니다. 우선 작가는 일상의 소소하고 다양한 재료들을 그러모아 서로를 연결하고 배치시켜 구축적인 덩어리로 만들었다. 일정한 토대, 좌대와 테이블과 유사한 것을 만든
내면의 빛을 깨우는 신성미학, 에너지를 그리는 명상작가 정연우미술평론가 김종근1994년 12월 프랑스 남부 쇼베(Chauvet) 동굴에서 곰과, 코뿔소, 표범, 말등 동물의 그림 300여점이 발견 되었다. 이 동굴의 벽화는 약 3만 2천년전 선사 시대 그림으로 남아있는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 벽화보다 먼저 그려진 그에 필적할 만한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프랑스의 라스코동굴과 4만년 전의 인도네시아 마로스 동굴벽화처럼 말이다.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직접 보고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는 “알타미라 동굴벽화 이후 모든 미
강호생의 수묵과 비구상 그 새로움을 찾아서김종근 미술평론가1. 전통으로부터 시작이 글은 강호생의 작품을 최근 20여년 사이에 제작한 한국화의 수묵 추상이 전개되어온 작품세계를 살펴보는데 그 근본적인 목적이 있다. 강호생의 작업에 관한 출발점은 동양화, 즉 한국화로 시작된다. 80년대 전후 한국화단에서 한국화는 그 용어의 개념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1980년대 비교적 수묵화 운동은 동양화의 본류와 전통 그리고 정신성을 강조하면서, 표현의 양식에 관계없이 오로지 재료가 갖는 먹과 종이라는 재료적 특성과 전통이라는 계승을 중시했다.
선과 색채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시간성 예술현장에서 느낀 마음의 희열에는 엄숙, 풍려, 신비, 평화, 조화가 -朴明仁(미술평론가·한국미학연구소 대표) 자연의 정경(情景)에는 누구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미적 요소가 있다. 이것을 느끼는 것은 내적 심미작용이고 미술로 완성하는 것은 화가로서의 외적 기능의 필연이다. 이러한 자연의 사물은 형상기세로부터 비롯된 정태(情態)가 있고, 미술은 이러한 정상(情狀)을 표현하는 것이므로 느낀다는 것은 형상기세로부터 감지되는 마음의 상태이다. 그러므로 경색이 수려한 산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